일본 기행3- 일본의 최남단 가고시마의 화장장

일본은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혹카이도(北海道), 큐슈(九州) 4개의 큰 섬과 이에 부속된 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4개의 큰 섬 중에서 가장 남쪽인 규슈에서도 최남단에 자리잡은 도시가 바로 가고시마시(鹿兒島市)이며 화산과 온천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가고시마현 한가운데를 파고 든 긴코만의 사쿠라지마(櫻島) 화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현재도 분화가 진행중이다. 가고시마현(鹿兒島縣)의 현청소재지인 가고시마市는 인구 약 54만으로 뛰어난 풍광이 나폴리와 흡사하기 때문에 '동양의 나폴리'로 일컬어진다. 이 도시에는 500여종의 바다생물을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수족관, 아열대 식물이 자생하는 시로야마 공원 등이 볼만하다. 이 지역의 특산물로 당도가 높은 꼬마 귤 코미캉, 지름 20∼30㎝정도로 큰 사쿠라지마 무도 유명하다.

일본의 많은 도시들 중에서 굳이 가고시마를 골라 소개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를 들 수가 있다. 그 첫째가 가고시마를 포함한 일본의 서남부 지방은 도쿄 등 동북부지역과는 눈에 띄게 다른 장례풍습과 특이한 형태의 가족납골당이 있어 이러한 것들을 소개할 필요 가 있고, 또 다른 이유는 가고시마시에는 시민들이 화장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남북 두 곳으로 분산 배치하여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는 생각 때문이다.

잔회처리소(영회동)의 모습, 좌측 - 남부재장, 우측 : 북부재장 우선 일본 동북지방과 서남 지역의 장례풍습의 차이점을 소개하면, 북동부 지방에서는 화장이 끝난 뒤 유골을 수습 할 때 유골을 한 조각도 남 기지 않고 모두 유골항아리 에 담아 가지고 간다. 반면에 남서부지방에서는 유골 중 신체의 주요부분에서 한두 조각만을 담아 가지고 가며 많은 부분을 화장장에 두고 간다. 이러한 차이는 화장장의 시 설물에 그대로 영향을 미쳐 남서부의 화장장에는 잔회처리소(殘灰處理所 : 유족들이 남기 고 간 유골을 모아 보관하는 장소 - 어떤 유족들은 유골을 전혀 수습해 가지 않고 이 곳 에서 추모의 예를 표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고 한다)라는 곳을 꼭 설치 해두고 있다. 가고 시마시의 남부 및 북부재장(齋場 : 화장장)에는 영회동(靈灰棟)이라는 이름을 붙인 아담한 잔회처리소를 설치해 두고 있었는데 언제나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조촐한 분향대가 마련되 어 있다. 물론 북동부 지역의 화장장에는 이런 것이 있을 필요가 없다.

가고시마 지방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가옥묘  그리고 가고시마 지방에는 가옥묘(家屋墓)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납골시설을 마을 입구나 길가의 자투리땅에서 흔히 볼 수가 있다. 얼른 보 면 우리 나라의 연립주택을 연상하게 하는 이 가고시마시립 북부,남부재장의 전경모습 가족납골당은 지붕을 가진 것이 다른 지역의 가족납골묘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다. 지붕이 있는 이유는 활화산에서 화산재가 연중 계속 날리는 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이 납골당은 3∼6가 족정도가 같이 사용하는 연립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좀 조잡해 보이는 싸구려 타일을 겉면 에 붙여 초라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남부재장의 내부 모습

 

가고시마시에는 시외곽 남쪽 끝과 북쪽 끝에 2개소의 화장장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데 남부재장에는 7기의 화장로와 3실의 대합실을 가지고 1999년도 하루 평균 6.9구를 화장 하고 있었고, 북부재장에는 화장로 12기와 5 실의 대합실을 가지고 1999년도 하루 평균 7.8구를 화장하고 있었다. 우리 개념에서 본 다면 남북의 화장로 합계 19기에 하루 평균 15구정도의 화장수요라면 한곳에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이나 관리상 이 점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의 이용에 편리하도록 하고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하였 을 때 대체 이용이 가능하도록 남북으로 나 누어 설치하였다는 것이다. 이만큼 이들은 화 장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가고시마시 화장장 사용조례를 보면 화장장 사용료를 1940년에 1,300엔으로 정한이래 아직까지 그대로 두고 있다 한다. 그 이유를 물 어 보았더니 모든 사람들이 화장을 하기 때문에 요금을 징수하는 것 자체는 별 의미가 없 고 결국 그 사람이 살아 생전에 낸 세금으로 사후를 보장해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화장하러 올 때만 10,000엔을 받는다고 하는데 지역마 마 충분한 화장장이 있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경우는 사고사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 그치고 있어 숫자는 미미하다고 하니 지방자치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화장터였던 곳에 설립된 남부재장은 1980년대 후반 현대적인 화장장으로 개축한 곳이나 주위의 공사장과 정돈되지 않은 주변환경 때문에 외부에서는 산만한 느낌을 받았 다. 그러나 이런 인상은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바뀌게 된다. 깔끔한 인상을 주는 유리문을 지나 내부로 진입하면 잘 조형된 천장과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 조명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물외관에서부터 내부진입부까지 어느 곳에서도 화장장이라는 느낌을 발 견할 수가 없다. 로전(爐前)홀에 이르면 천상의 분위기를 상징한 듯한 천장의 모습에다 이 를 바쳐주는 자연채광과 간접조명이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조성해 저절로 옷깃을 여 미게 된다. 남부재장의 공동대기실과 테라스의 모습

우측에 자리한 공동대합실은 깨끗하게 정돈된 의자와 화분이 테라스와 너무 잘 이어져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일본의 전형적인 다다미방으로 된 유족별 대합 실 3실이 있는데 아무리 털어 보아도 먼 지 하나 나올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청결 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에 건립한 북부재장은 일본 건축사 조연구회에서 우수한 건축으로 소개할 정 도로 대표적인 화장장이다.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번역원문 그대로 소개해 보기로 한다. 

 

북부재장의 입구 - 자연석으로된 표지판이 자연공원입구를 연상시킨다.  

「21세기는 생명의 세기라고 말들을 한 다. 이와 같은 시기에 齋場은 가장 생사를 가까이서 느끼는 공간이며 모든 사람들이 생명을 조용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설이 라고 할 수 있다. 고인이 걸어온 소중한 날 들의 고동을 모든 기법으로 표현하고 조문객에게도 살아갈 용기와 생명의 존엄성을 메시 지로 전해준다. 또한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식의 場에 어울리는 빛과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안정된 공간을 지향한다.」

「로전홀 커다란 반돔형 천장(天井) 대기로비의 굵은 대리석 기둥은 부드러운 가운데 강 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자연광과 간접조명으로 표현한 외부에 연결되는 공간, 대우주에 융 화된 생명, 그런 생각을 품으며 산골짜기 녹음에 조화를 이룬 건축을 이루었다.」

이렇듯 화장률 100%에 이르는 화장대국(火葬大國) 일본의 화장문화는 화장장 건축에까 지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담을 정도로 발전했다.

 

북부재장의 내부 공간들

이 북부재장 건물의 특징으로 전통 일본의 색채와 가옥지붕 형태를 이용한 반돔형의 지 붕과 입구의 캐노피(중앙 출입구의 비가리개)를 유난히 크게 한 것을 들 수가 있다. 캐노 피를 크게 한 이유는 지역의 기후특성상 비가 자주 오는 것을 고려하였고, 사쿠라지마 화 산의 화산재가 날릴 때도 화장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 라고 하니 이들의 치밀함과 화장에 대한 배려심을 엿볼 수가 있다.

북부재장의 공동대합실에서 내다본 정원의 모습가고시마의 남북재장을 들러보 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 설물 내외부가 최근에 지은 것 처럼 깨끗하고 단 한곳도 파손 되지 않은 채로 관리하고 있다 는 점이었다. 우리들의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지은지 20년이 지났으니까 아마도 요 근래에 깨끗이 보수공사를 하고 페인트 칠과 도배도 새로 하였겠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보 아도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어 "언제 보수공사를 하고 도배를 새로 했느냐"고 장장(場長)에게 질문을 던졌다. 장장은 단 한마디로 부인했다. "지은 다음에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러면 화장로는 언제 교체 를 했는가" 다시 장장이 답했다. "20년 전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실로 어안이 벙 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를 안내하던 관계자에게 "이렇게 깨끗하게 20년간이나 수 리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무엇인가"하고 질문을 던졌다. 장장이 나서서 다시 답했다. "첫째 이곳을 이용하시는 분들 모두 청결하게 사용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둘째 청소와 화장로 등 시설물관리를 위탁받은 업체에 서 책임을 지고 관리를 해 주고 있다. 우리 공무원들은 이들이 제대로 하는지를 감독만 할뿐인 데 별로 할 일이 없다" 일본인들 이들은 정말 얄밉도록 철저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화장장 을 가보면 구석구석이 먼지투성 이고 부실한 관리로 10년도 못 가 화장로를 바꾸어야 하는데 혼자 독백을 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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