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행 4(콜마 편) -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 Colma市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에 있는 서울시립 용미리묘지는 이 마을사람들로 부터 "지하서울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즉 지상은 파주시민들이 살고 땅속에는 서울시민들이 잠들어 있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인 것이다. 미국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가 「샌프란시스코의 죽은 자의 도시 콜마 (San Francisco s city of the dead - Colma) 바로 그곳이다. 이 죽음의 도시(?)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묘지들이 자리하고 있고, 상주인구는 모두 이 묘지들의 종사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그야말로 하루하루의 생활이 죽음과 직결되어사이프러스묘지의 정문(사이프러스 숲으로 둘러싸인 모습) 살아가는 곳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면 지하 샌프란시스코 라고 불러도 좋은 도시 콜마의 유래를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금문교 - Golden Bridge와 함께 대중가요 속에도 나올 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서구 도시들 중에 특이하게 시민들이 영면할 땅을 도시 내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샌프란시스코는 사실상 묘지가 없는 곳이다. 그 유래를 정확하게 알아보지는 못하였지만 1902년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에서는 공중위생상 및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이유로 시내에 매장을 금지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시내에 있던 Laurel Hill Cemetery와 Calvary Cemetery 같은 대규모 공동묘지들을 이장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이프러스묘지 - 축대를 대신한 옥외벽식묘 Mausoleum 현재의 자리를 지키려는 공동묘지 관계자들과 묘지를 시 외곽으로 이전하려는 시당국의 싸움은 수십년 동안 계속하였으나 1942년에 Laurel Hill Cemetery가 콜마로 이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리한 싸움은 끝이 났다. 그 결과 오늘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는 샌프랜시스코 국립묘지(San Francisco National Cemetery)와 The Presidio and Mission Dolores Cemetery 단 두 곳이 남아있으나 이 곳마저도 새로운 매장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묘지를 이전하기 위하여 1890년대 초 카톨릭 성직자들 주도하에 샌프란시스코시 남쪽 5마일 지점에 있는 단층계곡에서 새로운 묘지도시를 물색하였다. 이 결과 사자(死者)가 거주자보다 훨씬 많은 세계 유일의 묘지도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Mausoleum내부의 유리납골함 안에 모셔진 고인의   영정과 유품 - 사이프러스 묘지 

솔직히 말해 콜마에 묘지가 몇 곳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이 곳을 방문하는 차중에서 본 것 만해도 십여개소를 훨씬 넘었는데 짧은 일정 때문에 많은 곳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중 필자가 다녀온 Cypress Lawn과 Holy Cross카톨릭묘지 2곳을 소개하기로 한다.

1892년에 설치된 Cypress Lawn Cemetery & Memorial park은 이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사이프러스나무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이 사이프러스나무는 침엽수로서 "애도의 상징"으로 쓰여진다고 하니 묘지의 이름으로는 정말 제격인 셈이다.

이 묘지는 남북으로 흐르는 국도를 중심으로 먼저 조성된 서쪽묘역과 후에 조성된 동쪽묘역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묘역 전체는 경사지를 활용하여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느 묘지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축대나 옹벽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 즉 인위적으로 지형을 변화시켜 성토(盛土)나 절토(切土)하지 않고 자연적인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조성한 점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적인 지형을 생긴 그대로 이용하면 집중호우나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하니 자연도 보호하고 재해도 예방하는 아주 효과적인 묘지 조성방법으로 생각되었다. 사이프러스묘지의 장례식장 바로옆에 화장장이 붙어있다.

이 묘지가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1893년 북캘리포니아 최초로 화장시설을설치하여 화장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왔다는 점과, 묘지 사용자들에게서 받아 묘지관리 기금으로 적립된 자금이 3000만불을 훨씬 상회하여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금만으로도 영구히 묘지를 관리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설명을 들을 때, 몇 해 전 서울 경기북부지방에 많은 묘지들이 수해를 당했을 때 적립된 기금이 전혀 없어 수해복구는커녕 유실된 분묘의 수습에도 쩔쩔매던 모습과 최근 우리 서울시민들의 화장률이 급격하게 높아짐에 따라 화장시설 부족하여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화장을 해야하는 모습들이 떠올라 이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대비해 나가는 자세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명문가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가족형 Mausoleum- 사이프러스묘지

미국의 여타 묘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나 중세의 유럽의 성당 궁전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의 가족형Mausoleum이 상당수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미국의 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 명가의 가족묘들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자리매김에도 불구하고 수백만불이 이라는 가격 앞에는 호화묘지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홀리크로스묘지의 안내지도 그러나 비록 이런 것들도 각각이 차지하는 땅 면적만큼은 10여평에 그치고 있는 점은 분명히 새겨 두어야 할 부분이었다. 또 이 묘지에는 경사지 단면에 설치한 옥외 Mausoleum(벽형묘지)의 깔끔하고 미려한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공간을 잘 활용한 지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전풍의 장례식장(Chapel)에 붙어서 설치된 유일한 화장장은 단순한 작업공간에 머무르고 있어 별로 배울 점은 없었다. 그냥 시신을 불태우는 그런 곳에 머물고 있었다.

Holy Cross 묘지의 Mausoleum내부 

또 다른 방문지 Holy Cross Catholic Cemetery는 1887년 카톨릭재단에서 설치 운영하는 묘지로서 카톨릭의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카톨릭묘지와 다른 점은 없으나 매장만을 인정해 온 카톨릭에서 일찍부터 화장한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 납골시설을 확보하였다는 점이 조금은 의아스럽게 생각되었다.

홀리크로스 묘지의 장례식장(Chapel) 

이 묘지를 들어가다 보면 진입부분 한가운데 자리잡은 십자가 아래 원형의 곡선이 잘 어울리는 둥근 장례식장(Chapel)이 눈에 들어오는데 약간은 낡은 건물이지만 아주 합리적인 건물구조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바로 그 뒤편에 자리한 웅장한 Mausoleum에 들어서는 순간 밝은 자연채광 속에 한 가운데 자리잡은 큰 대리석제단과 함께 성모마리아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잘 지어진 성당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평온한 느낌을 주는 연한 색상의 대리석으로 내부를 단장하여 너무나도 온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이런 곳이 하나님의 품 바로 천국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시신이나 유골이 없는 영령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벽면에 설치한 TREE 

이 곳에서는 작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국립현충원(국립묘지)에 전쟁이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등 불의의 사고 등으로 시신을 찾을 수 없는 분들의 이름을 새겨둔 현충관과 마찬가지로 시신이 없거나 화장한 후 유골을 강산에 뿌린 영령들의 이름을 작은 동판에 새겨 나무형상으로 벽면에 붙혀둔 추모의 나무 는 아주 색다른 아이디어로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이러한 것을 우리 나라의 도심지 공원 등에 유골이 없는 추모시설이나 의과대학의 부속 납골시설(시신기증자를 모신 곳) 같은 곳에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오랫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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