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행 3(로즈힐 편) - 아름다운 장미꽃이 만발한(?) 동산 그곳이 영원의 휴식처

LA인근에 자리잡은 많은 묘지들 가운데 유난히 한국교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이 The Rose Hills Memorial Park이다. 몇 년 전 모 TV방송의 인간시대라는 프로에서 로스엔젤레스에 이민 와서 뿌리를 내린 교민가족이 이 묘지를 찾아와 성묘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 준「LA김방아」라는 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그 만큼 이 곳은 현지교민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곳이며, 이 묘지의 영업을 담당하는 매니저 중에는 현지 한인을 상대로 상담을 해주는 교민이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른 묘지에 비하여 비교적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즈힐의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과 주변의 장미들

이 묘지는 거창하게 Rose Hill이라고 이름지어 부르고 있고, 이들이 만든 안내서를 보면 "장미정원은 대략 600여종의 장미 7,000송이가 다채롭게 선보이며, 매일 아침 8시부터 해 질 때까지 무료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막상 이곳에 와서 묘지 입구에 조성된 몇 백 평의 장미 정원을 바라보면 "글쎄 저 정도를 가지고"라는 회의를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로즈힐묘지는 나름대로 좋은 특징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이 곳의 특징 중 제일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우선 규모면에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가 넘는 총 2,500에이커(약 300만평)로서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방대한 부지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200년간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즈힐 묘지의 전경, 골프장을 연상시키는 이 묘지는 자세히 보면 도로와 잔디밭 사이에 턱이 없다 기존묘역에서 개발중인 땅을 바라보았더니 황무지나 다름없는 형편없는 땅이었다. 이런 땅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아래 푸른 잔디와 아름다운 수목이 자라고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조형미가 뛰어난 그런 묘지로 조성해 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버려진 땅을 이용하여 푸른 묘지동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점과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오로지 단시간내 투자액 회수에 혈안이 되어 허가도 미쳐 받기 전에 회원제모집, 사전분양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은 우리나라의 묘지법인들과 대비하여 생각하여 볼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두 번째 특징으로 우리가 이 묘지에 도착했을 때는 9월초 상당히 무더운 날씨로써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를 맞아 LA도심은 물론 이 묘지를 찾아오는 길가의 많은 나무들이 푸르름을 잃어버린 상태였지만 이 곳에서 자라는 로즈힐의 푸른 수목과 멋진 모습의 분수대 수목들만큼은 잘 설치된 스프링쿨러 덕분에 싱싱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글쎄 묘지에다 물을 뿌리다니" 우리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 여기서는 아주 합리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이 서쪽 구 묘역에 자리하고 있는 일본 정원으로, 묘지안내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이 곳에서는 동방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2.5에이커의 면적에 일본산 잉어와 청둥오리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azumaya 호수와 평화롭게 회고할 수 있는 명상의 집과 함께 이 환상적인 곳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진짜 쇼군의 기념비, 그리고 눈과 비슷한 불빛은 이 희귀하고 이국적인 정원의 풍미를 더해주고 있기도 합니다.」이만큼 이 묘지를 이용하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일본인들의 힘을 느낄 수가 있어 부러움 반, 시샘 반 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시 묘지전체를 살펴보면 로즈힐은 West Park과 East Park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서쪽묘역은 설립 이후 납골당을 제외하고 거의 사용이 만료된 상태이고 동쪽묘역은 부지확장을 위한 토목공사와 납골당, Chapel 등 시설물 건립이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Gate 1에서부터 Gate 6까지는 East Park에 해당하는데 근래에 확장된 곳으로서 이 곳에는 예의 그 장미 정원과 상당히 SKY CHAPEL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례식장과 납골당 복합건물이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예술성을 부여할 수 있는 납골당을 겸한 Chapel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건물은 높은 3개의 첨탑과 선이 매우 독특한 지붕, 또한 잘라진 유리의 단면모양의 벽으로 되어 있다. 또한 East Park에는 3.4 에이커의 새로 조성한 공원이 있는데, 150미터 정도 길이의 검고 견고한 기념 벽과 시원하게 물이 떨어지는 폭포를 보면서 "이들로 풍수지리를 이용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묘지는 전부 완전 평장묘를 지향하여 묘비를 세울 수가 없고 평판으로 된 묘석 만을 설치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푸른 잔디밭으로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 중에 한사람이 "야 골프치면 딱 좋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또 하나 토목공학적으로 특기할 만한 점은 묘지내 도로에 측구 등 일체의 턱을 설치하지 않아 휠체어는 물론 잔디를 관리하는 장비 등이 아주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이다.

이 묘역 중에는 규모는 작지만 어린이 전용묘지까지 설치되어 있는데, 어린이 전용 묘지 입구에 있는 코끼리 모양의 나무 나무들을 가꾸면서 코끼리, 기린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갖가지 동물형상으로 만들어 놓아 어린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있었는데 덩치 큰 미국인들이 섬세함과 이들이 어린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가 있다.

West Park은 Gate 8부터 20까지에 해당하는데, 이곳이 1914년에 설립할 당시에 만들어진 공원의 원래 부지이며 이곳에는 유럽의 전통적인 입석묘비를 발견할 수가 있다. 건물로는 Rainbow Chapel과 Hillside Chapel이라고 이름 지어진 두 곳에서 각종 의식이 진행된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것들은 1930년의 건립된 스페인 스타일의 실내묘소 즉 Mausoleum형태인, "el portal de la paz"와 앞서 말한 일본 정원, 그리고 1976년 재향군인들에게 바쳐진 자유를 기념하는 기념물(아치, arch) 등이 있다.

로즈힐묘지의 관리상 특징으로 공원 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비록 유족이라도 일체의 수목을 심을 수가 없고, 묘지나 납골당에 헌화할 때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화(造花)를 바치는 일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生花 만을 묘지나 납골당 앞의 설치된 꽃병에 꽂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묘지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이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꽃을 판매하는 수입을 노린 상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미국사람들이 고인에게 헌화를 하는 날들을 들어보면 부활절(Easter), 어머니 날(Mother s day), 기념일(Memorial day, 우리나라의 현충일), 아버지 날(Father s day), 재향 군인의 날(Veterans day), 추수감사절(Thanksgiving), 그리고 크리스마스(Christmas)와 고인의 생일, 기일 등으로 우리나라가 고인의 기일, 한식과 추석에만 성묘하는 것에 견주의 볼 때 이들이 1년 중 성묘를 하는 횟수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일행이 이 묘지를 방문했을 때 우리를 안내하던 거의 200㎏에 육박해 보이는 거구의 홍보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곳에서는 유족들이나 본인이 직접 묘자리를 선택할 수가 있는데 미국인들은 나무나 연못 등 시설물 주위를 선호하는데 동양인들 특히 한국인들은 이러한 곳을 아주 싫어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여기서는 주위에 나무가 있거나 뭔가 특징이 없으면 묘지를 쉽게 찾을 수가 없는데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 살면서도 역시 한국인들은 나무나 물 주변을 피하는 전통적인 관념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로즈힐의 화장장에 대하여 험담을 좀 늘어놓기로 한다. 실내묘소 뒷편에 가려있는 화장장 건물의 초라한 모습 앞에서 보면 스페인 풍의 멋진 실내묘소가 위용을 자랑하지만 뒤로 돌아가면 로즈힐에서 유일한 화장장 건물이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화장로는 단 2기뿐인 이 시설은 미국의 장례관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하더라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할 때까지 유족들이 고인과 함께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이 끝나면 관을 두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렇게 맡겨진 관은 단순한 작업일정에 따라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안치하게 된다. 유족은 납골당에 가서 명패를 확인하고 참배를 하면 그뿐이다. 그렇다보니 자연 화장장은 단순한 작업공간에 지나지 않아 내부를 들여다보면 유족을 위한 배려는 전혀 없는 그냥 작업장(소각공장?) 역할을 할뿐이다. 우리를 안내하던 이 묘지의 매니저도 그 실상을 알고있는지 우리가 내부를 보여달라고 요청을 하자 휴가기간이라고 한사코 거부를 하여 결국 창문 틈으로 살짝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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