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기행 - "15년 후에는 똑 같습니다."

박태호와 함께 떠나는 외국장묘기행 - 캐나다편 "15년 후에는 똑 같습니다." 

 

이 말은 캐나다에서 화장장려운동을 펴는 사람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드넓은 국토에 인구가 많지 않아 묘지가 부족할 것이라고는 도무지 느낄 수가 없는 캐나다 사람들이 화장장려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음습한 땅속에 시신을 매장해 두는 것보다 화장하는 것이 더 과학적이고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13년만 지나면 어느 쪽이나 똑 같은 결과를 주는데 굳이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해 가며 묘지를 조성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 이들의 명쾌한 논리였다.

 

이렇게 기독교의 부활사상을 정신적인 토대로 시신의 화장을 금기시해 왔던 서구에서 화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좋은 화장시설과 납골시설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우리 나라에서도 매장위주로 되어있는 전통적인 장묘문화를 화장중심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해 선진국의 우수한 화장 및 납골시설과 완전 공원화된 묘지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지난 94년 8월 우리 일행은 선진국의 우수한 장묘시설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미국행 UA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을 떠난 비행기는 알래스카의 눈덮힌 산맥과 드넓은 평원을 지나 17시간의 장시간 비행 끝에 시설규모 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카고 공항에 도착하였다. 시카고 공항에 2시간이나 연착한 우리는 미국관리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고압적이고 까다로운 입국심사에 걸려 또 두 시간을 허비한 후 캐나다 접경도시인 버팔로행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탑승시간에 쫓겨 그 거대한 공항구내를 달려야만 했다. "코리안 30명 큰 가방을 메고 오헤이 공항을 달리다" 아마 이런 사정을 모르는 현지인들 눈에는 우리 일행의 그런 모습이 질서를 지킬 줄 모르는 무식한 동양의 단체 관광객쯤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도착한 캐나다는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광활한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어 일찍부터 묘지문제에 관하여서는 상당히 진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이 제일먼저 방문한 곳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시 외곽 소도시에 있는 유태인 전용 장례식장인 BENJAMIN S PARK MEMORIAL CHAPEL이었다. 200여평의 아담한 건물이 밖에 주차해 둔 캐딜락 장의차를 빼면 도무지 외관상으로는 장례식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장내에 들어가 보더라도 아늑한 응접실과 휴게실, 벽면의 조각품 등 마치 자그만 호텔이나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곳. 모든 서비스는 유태인의 전통의식에 따라 진행되고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에 대한 연락부터 사후처리까지 ONE-STOP으로 제공되는, 장례식이 끝나면 유산상속 등 법률서비스는 물론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으로 상처를 입은 유족의 슬픔을 달래주는 정신상담서비스까지 그야말로 장례에 관한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22년에 설립하여 4대를 이어 가업으로 경영하는 벤자민장의사, 그곳에서는 현 대표의 아들이 경영학을 공부하던 중 이를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가기 위하여 다시 장의대학에서 과정을 마치고 실무연수과정을 밟고 있었다. 바로 그 아들로 하여금 우리일행에게 현황을 브리핑하게 하고 옆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당당해 보이는 유태인들, 그들 부자는 유태인의 상징인 작은 모자를 머리에 얹고 있었다.

 

이 유태인 부자의 안내를 받아 이들이 경영하는 PARDES SHALOM CEMETERY를 견학했다. 토론토시 외곽의 고속도로변에 캐나다 특유의 거대한 침엽수와 캐나다단풍나무(국기에 그려져 있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연림 숲 속에 자리잡고 있었고 200여만 평의 방대한 토지 중에 일부분만이 묘지로 조성되어 있었다. 숲 속에 자리한 묘지, 자연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조경, 그 사이사이의 잔디밭 그곳이 묘지이다. 유태인 특유의 紋章과 비문으로 장식한 묘비, 어쩌면 고인의 가슴 위에 심어놓은 듯한 아름다운 꽃들과 자연석과 나무로 품위있게 만든 묘지시설물 안내판 하나하나도 그냥 지나친 곳이 없었다. 자연을 너무나도 잘 이용한 그러한 풍경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조성하였다기보다는 자연 속에 녹아들 정도로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이 묘지도 한사람이 이용하는 묘지면적은 겨우 1.1평에 불과하여 겨우 관하나 묻을 수 있는 정도로서 그 넓은 국토를 두고도 묘지는 최대한 좁게 사용함으로써 국토를 넓게 사용하는 지혜를 이곳에서도 배울 수 있다. 다만 부유한 사람들은 비석을 좀 크고 화려한 것으로 세우기도 하나 그런 경우에도 높이는 다른 사람과 똑 같이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토론토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ST. JAME S CEMETERY & CREMATION(성제임스묘지와 화장장)를 찾았다. 1844년에 설치된 토론토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로서 옛날에는 외곽지대였으나 도시의 확장으로 현재 주위는 온통 주택과 아파트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침 우리가 묘지입구에 도착했을 때 화장장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를 솔솔 뿜어내고 있어 우리들을 아연하게 했다. 환경기준이 엄격한 캐나다에서 그 것도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화장장에서 연기를 내뿜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관리책임자의 말은 당당했다. "화장로가 가동을 시작하면 좀 연기가 나오는 데 인근 주민들이 환경청에 신고하여 3개월간을 집중적으로 감시를 받았으나 환경기준치에 적합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 묘지는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겸한 건물과 납골시설을 모두 갖춘 종합장묘시설이다. 특징적인 면은 장례식장(고별식을 거행하는 CHAPLE)의 지하실에 화장로를 설치하여 영결식이 끝나면 집례한 목사나 신부께서 버튼을 발로 누르면 관이 놓여진 단이 엘리베이트방식으로 지하에 있는 화장장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영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SYSTEM으로 역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지하 화장장에 내려가 보니 종이박스로 제작된 관 위에 국화꽃 한송이를 놓아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만큼 캐나다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곳 라볼트 톨비 관리소장은 "유족들이 화장한 유골을 제때에 찾아가지 않아 골치가 아프다"고 볼멘소리를 우리일행에게 늘어놓았다.

 

그 만큼 화장은 캐나다인들 가까이 다가서 있는 것이다.

윗 글 : 미국 기행 1(알링톤 국립묘지 편) - "이등병이나 장군이나 똑 같은 혜택을 받는다."

아래글 : 박태호 (서울특별시 역사박물관 ) 소개

관리자 :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