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행2(종쉬롤) - 다정한 이웃들이 함께 잠드는 곳 종쉬롤조합묘지

다정한 이웃들이 함께 잠드는 곳 - 종쉬롤조합묘지

 

종쉬롤묘지의 상징물 파리시내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한 고속도로를 20여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이 종쉬롤묘지이다. 이곳에 도착한 순간 처음 느낀 것은 "아 이렇게도 묘지를 조성할 수 있구나"하는 그런 점이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주변경관을 최대한 활용하고 장례에 관한 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장례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묘지로서 이들이 말하는「다목적 경관식 조합공공묘지」이다.

 

필자가 장묘업무를 수년간 담당해 오면서 국내외의 묘지와 화장장 등을 꽤 돌아다녀 보 았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파리시내에서 둘러본 묘지들이 사실적 고전적 미술품 수준이라면 이곳 묘지는 추상적 현대적 미술품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오래 된 파리시내 묘지에서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면 여기서는 합리성에 놀라게 된다. 황폐하 여 버려지다시피 한 땅을 단 한곳도 소홀함이 없이 알뜰하게 사용하고, 그 위에 전통적인 방식을 지켜나가면서도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리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새 로운 개념을 도입한 종합장묘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종쉬롤묘지의 종합배치도

 

까보·앙프 같은 묘지로부터 화장장·납골당·납골묘·산골장소(추억의 정원) 등 모든 장묘시설을 갖추고 우리개념의 영안실과 다목적 장례식장에다 장례용품슈퍼마켓까지 완벽 하게 갖춘 어느 하나도 부족함이 없는 완벽 그 자체로 보였다.

휴게용 파고라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 을 하고 있었는가?" 이곳의 시설을 돌아보면서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아무리 선진국 프랑스라고는 하지만 중소도시 몇 곳이 뭉쳐 이렇게 훌륭한 묘지공원을 만 들어 놓았는데 한 때나마 서울시라는 거대도시의 장묘 시설 건립을 담당하던 공무원으로서 심한 자괴감에 빠 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 묘지를 소개하기 전에 좀 딱 딱하기는 하지만 우선 프랑스 현대묘지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경관식묘지」,「조합공공묘지」,「다목적묘 지」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경관식묘지」는 프랑스 현대묘지의 대부라고 일컫 는 로베 오젤르(Robert Auzelle)교수에 의하여 주창되 어 영국식 정원과 이태리식 정원을 혼합한 공원식묘지에다 핀란드와 같은 북구라파에서 널리 사용되는 삼림식묘지, 그리고 프랑스묘지의 역사적 산물인 박물관적인 묘지를 혼합한 개념의 묘지이다. 즉 아름다운 정원에 푸른 숲 그리고 예술품으로 단장된 묘 지와 시설물들을 갖춘 묘지공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관식묘지의 가장 큰 특징은 산, 강, 암반 등 모든 자연지형 을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는 것으로서 암반이나 습지지역은 주차장이나 부속 건물 또는 녹지로 조성하고, 매장이 불 가능한 곳에는 아파트식 분묘(앙프)를 설치하는 등 자연적인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있다.범지방자치단체 조합 공공묘지 분포도

「다목적묘지」는 단순히 매장하는 장소에서 탈피하여 장의·장례 및 장 묘에 관한 일체의 서비스를 현지에서 받을 수 있는 묘지를 말하는데, 현대에 들어와 프랑스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 가지로 주거지에서 사망하는 경우보다 병원 등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주거지 이외의 장소에서 장례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늘어남에 따라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조합공공묘지」는 프랑스 법률에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그 자치단체 영역 내에 묘지 를 설치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도시화된 지역의 경우 묘지 를 확장 또는 신설할 부지가 없는 경우 인근 자치단체들과 조합을 결성하여 문제점을 해 결하고 있다. 이러한 묘지들을 자치단체의 성격에 따라 '범지방자치단체조합공공묘지' 또는 '도시공동체조합공공묘지'라고 부른다. 이 조합들은 각 자치단체에서 공동으로 출연한 예산 으로 설립·운영하며 보통 묘지를 관할하는 자치단체장이 운영책임을 맡고 있다. 

 

시장이 직접 브리핑하는 모습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종쉬롤 묘지는 프랑스 수도권 북쪽의 삐에르삐트(Pierrefitte)라 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5개 자치단체가 조합을 구성하고 1977년에 설치한 범지방자치단체 조합공공묘지로서 '다정한 이웃들이 함께 잠드는 묘지'로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53헥타 르(약16만평)의 그리 크지 않은 부지에 행 정사무실, 영안실을 포함한 다목적장례식장, 최첨단 화장로 2기를 설치한 화장장, 품위 있는 개인 및 공동 납골시설, 묘지로서 까 보와 앙프, 유골을 뿌릴 수 있도록 지정된 산골장소, 조화부터 비석까지 모든 장례용 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다 목적경관식묘지이다. 이 묘지를 돌아보면 묘지외곽은 빙 둘러 큰나무들을 심어 외부 와 시계를 차단하고 있고, 경관식묘지의 특 징인 자연지형을 살려 조성한 흔적을 곳곳 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우리가 이 묘지에 도착했을 때 다소 의아한 경험을 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이 직 접 나와 우리를 안내했던 것이다. 통역을 맡았던 홍석기 박사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묘지 를 연구하러 다닐 적에 시장께서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때 친분관계를 돈독히 해두었더 니 한국에서 공무원들이 방문한다고 연락을 받고 이렇게 직접 나와 안내를 해주고 있다" 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 나라의 시장이나 군수들이 아무 관련도 없는 이국에서 현장을 방 문하였을 때 이처럼 손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자세한 안내가 가능할까 생각을 하니 새삼 스럽게 이 나라의 공직자들이 존경스러워 졌다.

화장장 외부모습과 내부모습묘지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이 종합예식장과 화장장을 겸한 건물을 중심 으로 좌측에는 장례시장과 영안실 건물이, 우측에는 관리동과 장례용품 전시판매장이다. 장례식장의 내부는 서구 가정의 거실과 같이 아늑한 느낌을 주기는 하였지만 별다른 특징 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화장동 내부로 들어서면 "아 이것이 화장장인가"하는 탄성 을 자아내게 되는데 이곳은 서구의 화장장에는 아주 보기 드문 우아한 분위기의 고별식장 (그림6)이다. 그 내부로 들어가 화장로가 어 디 있는가를 둘러보면 도저히 찾을 수가 없 다. 그런데 고별식장 앞 관을 놓아둔 뒤쪽에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 데 그 곳이 화장로실로 통하는 문인 것이다. 무엇을 상징하는 조각인지는 설명을 듣지 못 하였지만 손으로 가볍게 밀면 아주 엄숙하게 스르르 열리도록 되어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역시 예술의 나라 프랑스답게 화장로의 장식과 운영요원의 복장 또한 사뭇 예술적이 다. 붉은 색 상의에 회색바지를 입고 단정하 게 넥타이까지 맨 사람이 화장로에 관을 밀 어 넣고 화장이 끝나면 유골을 수습한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 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으로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종합예식장의 내부모습 이 화장장 건물의 바로 위층에는 종합예 식장이 있어 장례식은 물론 세례식, 결혼식 등 각종 행사와 회의가 수시로 열린다고 하는데 특히 천장의 특이한 구조와 자연채 광과 조명등의 색상이 농염하다고 할 정도 로 시선을 자극한다.

화장동을 나와 왼편으로 돌아가면 장례용품을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 곳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는 각종 화환을 비롯하여 관, 유골 함, 수의 등 장례에 들어가는 모든 물품을 전시해놓고 정찰제로 판매하 고 있는데 일반 시중보다 저렴한 가 격 때문에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로장례용품 전시판매장 부터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고 자랑 한다. 또 비석, 묘뚜껑돌, 납골당 명 판과 같은 비교적 규모가 큰 용품도 주문을 받아 제공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장례용품 슈퍼마켓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이 묘지에는 우리 나라의 묘지와는 달리 특이한 곳 이 한곳 있는데 바로 추억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산골 장소이다. 화장한 유골을 나무와 꽃으로 장식된 아름 다운 정원에 뿌리고 나서 때때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생각나면 이곳을 찾아와 꽃다발을 바치고 추모의 정 을 나눌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다.

여기 프랑스에서는 산골도 하나의 장례 방법으로 인정하여 이런 곳을 일시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고 영 구히 보존하게 함으로써 유족들이 마음을 놓고 편안 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묘지내 아늑한 곳에 자리한 산골장소 프랑스에서도 화장이 꽤 늘어나 화장률이 20%대에 이르고 있어 곳 곳에 좋은 납골시설을 설치해 나가 는 추세인데 종쉬롤의 납골당은 그 배치부터가 건축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측 그 림10에서 보면 납골함은 콘크리트 로 제작되어 다소 거칠어 보이기도 하지만 고인을 기리는 정성만큼은 묘지나 납골당이나 마찬가지여서 아름다운 글귀를 새긴 뚜껑돌에서 짙은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묘지내 아늑한 곳에 자리한 산골장소  

 

 

 

 

 

 

 

 

 

 

 

 

 

 

 

 

이곳에는 근래에 설치한 묘지답게 현대 적인 감각을 최대한 살린 앙프를 볼 수가 있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자연지형을 적 절하게 이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볼 수 가 있다.

약간 인위적으로 조성한 듯한 얕은 언 덕에 관을 앞뒤로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육각형 스텐레스강판을 부착함 으로써 외관상으로는 깔끔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종쉬롤의 현대적 감각의 앙프 종쉬롤묘지를 돌아보면서 이 지역의 토 질이 아주 척박하다는 것이 우리들의 공통 된 견해였다. 모래와 굵고 가는 자갈들이 마구 뒤섞여 있어 농사를 짓기는커녕 풀과 나무들이 자라기도 힘들고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같으면 땅이 나쁘다고 묏자리로 사 용하려는 사람조차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지역을 늘푸른 묘지공원으로 가꾸어 놓고 있었다.

 

납골묘역과 까보묘역  

 

 

 

 

 

 

 

종쉬롤에는 다수의 까보와 많은 일반매 장지가 확보되어 있고, 시한부매장제로 운 영하기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의 유택문제 는 완전하게 해결되었다고 시장이 자신 있 게 말하였는데 과연 우리는 언제 저렇게 묘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잘 정돈된 묘지내 도로를 따라 이곳 장 례식장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꽃으로 관을 덮은 운구차량 뒤를 슬픔에 잠긴 장례행렬이 뒤 따라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경관 속에 영면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묘지내 장례행렬  

 

 

여담으로 이 여행에서 겪은 두어가지 아쉬움을 토로해 보기로 한다. 우리 일행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80여명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대규모 선진장묘시설 견학단이었다. 그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구성요소마저 이렇다보니 식사하거나 차를 탈 때 "××도 모여라" "이 자리는 ㅇㅇ도 자리야"라고 각 지역별로 편가르기를 하는 통에 여행내내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모처럼 각지에서 모였으니 서로간에 새로운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아쉬움으로 일부사람들이 묘지를 들를 때마다 "또 묘지냐? 좋은 곳 관광이나 하자"고 떼를 쓰는 통에 우리를 안내하던 현지가이드로부터 공무원들이 배우러 나와서 본 분을 망각하고 이래도 되느냐고 핀잔을 주어 낯이 화끈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제일 답답했던 것은 현지의 종사자들이 열심히 안내하고 설명할 때는 딴전을 피 우고 다니다가 자기만 못들은 것을 무슨 새로운 발견이나 한 듯 뒤늦게 질문을 반복하는 그런 볼썽 사나운 경우였다.

아래글 : 프랑스 기행1(뻬르라쉐즈) - 죽음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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