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상·장례 관행의 변화

1. 상 장례의 변천

2. 묘지관행의 변화

3. 장례 및 묘지관행의 문제점

1. 상 장례의 변천

가. 장례관행의 변화

 

장례관행은 시대변화에 따라 죽음에 대한 관념과 어떠한 내세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가 있다. 장례관행에서 나타나는 의식을 두 가지로 대별한다면 죽은 자를 두려워하는 의식과 조상을 숭배하는 의식으로 나눌 수 있으며, 장례관행에서 이 두 가지 의식이 서로 교차하여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의 세계를 두려워하는 사회에서는 사자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으며, 시신을 무서운 존재로 다루어 처리하는 사자의례를 행하여 왔다. 죽은 사람을 숭배의 존재로 전환시키는 이른바 조상숭배는 사자를 이승과 연결시키며 계속적인 관계를 맺도록 하는 절차를 진행하였다.

 

고대 사회에서는 이승과 저승은 연속적 내세관에 따른 풍습으로 장례기간을 길게 하였다. 주검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거주하던 동굴에 시신을 넣고 무덤으로 사용하고, 시신은 원형에 가깝게 보관하려고 하였으며, 쓰던 물품을 부장품으로 시신과 함께 묻기도 하였다.

 

고대 사회의 후장과 순장의 풍습에서 살아있던 노비를 죽은 자와 같이 매장을 하던 풍습으로 고인이 생전에 쓰던 많은 물품을 망자와 같이 매장을 하였으며, 이 당시에는 묘지의 선택 또한 망자가 영원히 살아 갈 주택의 개념으로 신분에 따라 봉분의 크기를 달리 한 것을 알 수 있다.

 

고대인은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선호 개념이 아닌 주택의 개념을 가진 묘지를 만들어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고대인의 내세관은 생전의 생활이 사후에도 똑같이 지속된다고 믿었기에 후장, 순장, 복장의 장례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하였다.

 

※ 복장제: 육탈이 완성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유골을 수습하여 쑥물이나 향물에 깨끗이 닦은 다음 지역적인 풍습에 따라 한지나 백지로 싸서 다시 매장을 하는 풍습으로 사후 세계로 가는데 육신보다는 유골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 같다.

 

복장제와 같은 개념으로 초분의 형태가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주택이나 마을 가까이 시신을 가매장하였다가 일정기간이 지나서 육탈이 되었을 때 장지를 정하고 다시 매장을 하던 풍습을 의미한다.

 

복장제와 초분을 구별한다면 시신을 관에 넣어서 고인이 살던 방에 두어서 육탈을 기다리는 것이 복장제이며, 땅에 매장하고 육탈을 기다리는 것이 초분 형태가 되는 것이다. 초분의 형태는 최근까지 지속되어 오던 장례관행으로 전국 각지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고대 사회에서는 장례기간의 길이, 부장품의 내용, 봉분의 크기, 석물의 크기 등에서 죽은자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방법이 되기도 하였다. 한편, 상 장례에서는 신앙적 지배와 종교적 영향이 크다. 고려시대에는 무속적 토속신앙에 의거한 장례와 불교의 중흥으로 화장이 성행하였다. 또한 신라말기부터 시작된 풍수지리설에 의한 매장이 보급되면서 조상숭배가 다양하게 행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에서 죽음이란 육신과 생명이 분리되는 것을 의미하며, 육신은 흙과 같이 사라진다고 생각했으며, 고대사회의 토속적인 생활에서 육신과 생명을 하나의 연장된 세계로 보는 내세관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육신과 생명은 분리되며 육신은 소멸되는 것으로 아무런 의미를 주지 않는 것으로, 불교에서 시신의 화장이란 자연스러운 장례관행으로서 오랫동안 우리의 장례관행으로 유지되기도 하였다.

 

고려말 주자학의 전래로 토속적 장례의식과 화장을 반대하고 매장을 선호하면서 조상숭배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는 억불숭유 사상에 의해 본격적인 조상숭배에 의한 상 장례가 정착되었다.

 

유교에서는 죽음에 대한 의미를 자연과 음양의 원리에 맡기는 것으로 내세 문제는 죽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며, 현세의 연장이 내세라고 하므로 다른 종교와 비교한다면 불분명한 내세관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고대인이 갖고 있던 연속적 세계관, 즉 현 생활의 연장이다라고 하는 의미와는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유교에서는 죽은 후의 상태를 귀신이라는 영혼 개념에 두고 일정기간 동안 우리의 일상 생활을 도와주는 신과 같은 존재로서 믿을 뿐이며, 자연법칙인 음양의 기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기를 활용하는 풍수지리설이 발생을 하고 명당선호 사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세관을 가지는 전통적 유교의 장례관행은 형식과 의례절차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며, 죽음 그 자체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전통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상례절차는 모두 19단계로 초종에서부터 길제까지 장례절차를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예를 중시한 복잡한 장례절차를 치렀다. 이와 같이 유교에서의 장례관행은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의식과정인 것이다.

 

유교의 장례절차에서 조상숭배의 본질이 되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상청을 3년 간 집안에 설치하고 아침저녁 문안드리고 죽은 조상을 살아 있을 때처럼 모시는 것으로, 현대사회에 오면서 이와 같은 형식적인 절차는 거의 행하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의 장례관행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 중에서 상여 나갈 때 상여꾼의 상여소리와 봉분을 다지는 달구소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알리고 유족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현대 사회의 상 장례 특징은 한마디로 종교적 상 장례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사회와 비교한다면 사회체제와 종교가 다원화된 상태이므로 장례의식에도 역시 다원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 핵가족화 등 사회 발전에 따라 장례의식 절차는 간소화 및 형식화되고, 토속적인 방법의 조상숭배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한국 장례 의식의 근본인 조상숭배의 형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가정에서 마을 사람과 함께 치르던 조상숭배의 장례절차가 지금은 현대적 시설을 갖춘 병원 영안실이나 전문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대부분이 형식적 또는 상징적인 장례를 치르도록 간소화되고있다.

상업적 장례시설에서 행해지고 있는 현재의 장례서비스는 불교, 기독교, 유교 등 고대의 토속적인 형태가 혼합된 장례의식으로 전통장례의 본질이 왜곡되어 행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는 다양한 현대의 사회생활에 맞는 문화적 정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장례관행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적이나 제도적으로 방치해 왔기 때문에 장례문화를 사회변화에 적응시킬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죽음과 내세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장례를 우리의 현대생활에 맞는 장례관행으로 점차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상 장례에 있어서 우리의 전통이 무엇인지, 변화되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하며, 상 장례에 대한 기본 교육과 상 장례의 시대적 과제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므로써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 장례기능의 변화

 

고대에 있어서 장례의 기능은 가족이나 부락 구성원의 통합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죽은 가족의 시신 앞에서 상복을 입고 가족의 연대감을 확인하며 부락 사람들의 협조로 장례를 치름으로서 공동사회를 이어 갔다.고대사회에서는 죽은 사람이 쓰던 동굴 거주지를 버리고 새로운 거주지로 이동하는 것이나, 질병으로 죽은 자의 방을 쓰지 않는 것은 죽음에 대한 무서움도 있었지만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는 지혜도 작용 한 것으로 보인다. 시신처리의 방법으로 시신의 구멍을 막고 명주로 여러 겹을 감았다고 하는 것은 나쁜 것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데도 이유가 있지만,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한 일종의 예방조치라고 볼 수 있다. 가정을 중심으로 치르던 장례는 복잡한 절차를 통하여 가족과 마을 구성원의 통합기능과 효의 척도가 되기도 하였으며 또한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방법이 되기도 하였다. 농경사회의 노동력이 되는 집단 가족제도가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가족의 장례를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고 사망자를 집단으로 모아서 처리하는 형태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는 장례의 기능이 가족 기능이 아닌 사회 기능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상 장례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우리 사회의 상 장례는 복잡한 의식절차를 통해 죽음을 처리하는 역할과 망자의 혼령을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왔다. 또한 상 장례는 개인적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정신적 힘을 얻었으며, 사회적으로는 친족 및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중요한 의례로 여겨왔다. 이러한 상 장례는 사회 전반적인 구조적 변화과정 속에서 국민의 생활양식, 인간관계, 가치관에 영향을 받아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겪게 된다.

 

첫째,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처리를 해 주는 기능,

둘째, 고인의 혼을 위로하므로써 살아있는 자들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기능

셋째, 죽음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해 주는 정신적 및 물질적 도움과 사회적 공동체의확인 및 결속강화 기능

네째, 죽음에 대한 사회적 확인 기능

 

1) 시신처리 기능 변화

 

시신의 처리는 상 장례의 본질적 기능으로 인간의 생명이 물리적이며 생물학적으로 종결된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녀는 부모의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을 지켜보지 못하면 가장 불효로 여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기를 원한다. 사자의 신체, 즉 사신(死身)은 생명을 잃음에 따라 부패가 시작됨으로 수족을 반듯하게 한 후 시신에 옷을 입히는 염습을 행하였다. 시신을 입관하여 땅에 묻거나 화장하여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전통적인 상 장례의 시신처리는 가정적 장례수준에 불과하여 시신처리의 경험을 가진 가까운 친지 또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행하여 왔다. 그러나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시신을 처리하는 직업 장의사가 생겨나고 현대시설의 병원장례식장 또는 전문장례식장에서 시신처리를 전담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으나, 현재까지 위생적 시신처리 수준은 크게 변화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보건 및 위생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시신처리에 있어서도 가정적 수준의 시신처리에 벗어나 국민보건상 위생적인 시신처리 기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주검에 대한 사회적 사후관리 기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 두려움의 극복 기능변화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민간신앙 및 유교규범의 영향과 관습의 지배를 받아 상 장례가 복잡한 절차를 통해 망자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즉 죽음의 세계는 이승과 단절된 두렵고 꺼리는 세계가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하는 의례를 행함으로서 상주 및 유가족들이 망자를 떠나 보내는 슬픔과 충격, 그리고 주검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해방이후 서구문화와 접촉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상 장례는 현세의 삶을 합리적으로 대응하려는 세속화의 길을 밟으면서 절차가 간소화되고, 특히 망자의 혼령위무 부분은 종교적 가치관에 영향을 받아 간소화된 절차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3) 물질적 감정적 도움과 공동체 결속 강화의 기능변화

 

장례의식은 개인과 가족의 입장을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나 고통을 완화시켜 주며, 물질적 감정적 도움의 기능은 장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사회의 장례는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가족 및 마을공동체 인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현대사회는 직연, 학연, 종교연 등의 사회적 공동체의 확인 결속 기능이 중요시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지배적 이념인 개인주의, 핵가족주의의 영향을 받아 가족 범위를 넘어선 마을공동체와 집단에 의한 감정적 도움에 대한 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물질적 도움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 장례 행사에서 내가 속한 집단과 그에 수반된 사회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집단내의 소속감을 공고히 하는 기능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 장례의 사회적 기능은 외면적으로 시신의 사회적 및 위생적 관리와 내면적으로 상 장례에 참가하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가족 및 소속집단 사이에서 감정적, 물질적 수단을 통한 사회적 유대를 확인하는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4) 죽음에 대한 사회적 확인기능의 강화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상 장례는 상주 또는 그 가족구성원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일정한 슬픔을 표현하고 시신을 처리한 후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과정을 의미한다. 상 장례 기능은 인간의 죽음이 개인적 육체적 소멸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죽음이 되도록 하는 의식의 강화와 죽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중요시하게 된다

상 장례의 기능적 변화과정을 요약하면 다음 <표 1> 같다. 보다 자세한 장례절차의 변화는 전통장례와 현행 상 장례 절차의 비교를 통해 검토할 것이다.

 

<표 1> 상·장례 기능의 변화

 

전통

현대

비고

시신처리기능

가정적 수준의 염습을 통한 시신처리

장의사 또는 장례식장에서 시신처리의 기능 담당

시신 처리에 대한 보건 위생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문 장례지도사를 요구함

망자영혼의 위로기능

유교적 전통에 의한 복잡한 절차와 사후세계의 영혼이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중요하게 여김

종교적 역할이 대신하며, 의례절차는 간소화되는 경향을 보임

 

유가족의 충격완화 및 상부상조 기능

이웃을 포함한 지역공동체의 정신적 및 물질적 도움

마을공동체보다는 학연, 직장동료들로 바뀌며, 감정적 위로보다 물질적 도움으로 대체됨

 

장례방법

개인묘지 중심의 매장방법

화장중심의 가족납골묘에 대한 관심증가

화장률의 급격한 증가추세

장례절차

유교중심의 형식적인 복잡한 절차

실질적이고 간소화된 종교적 장례절차

통일된 장례절차가

없음

장례장소

객사라 하여 집밖의 장소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을 금기시함

도시화와 편의주의 확산으로 병원을 중심으로 한 장례식장이용 증가

 

2. 묘지관행의 변화 

가. 전통적 묘지관행

 

일반적으로 분묘는 사체를 매장하는 구조물을 의미하지만 그 방법과 관습은 그 시대의 문화, 계층, 종교의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를 지니는데, 삼국시대이전 묘제의 특징은 지석묘, 또는 고인돌의 분묘가 전국적으로 발견되며, 토장풍습과 같은 고구려의 석실묘는 사자의례에서 조상숭배의례로 이행되는 과도적인 상 장례가 등장하면서 권력을 가진 계층의 묘지 형태로 정착되었다.

신라의 경우 적석목곽분과 함께 사자의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제가 등장하고 영혼관에 변화를 보이면서 죽은 이후에도 이승문제에 깊이 관여하고자 하는 사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시대에 들어오면서 무속을 바탕으로 한 사자의례는 일반 서민층에 여전히 남아 있었으며, 권력층에서는 도교, 불교, 유교식 상 장례가 혼합되어 공존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현상은 고려 말 주자학이 도입되면서 조상숭배사상에 의한 상 장례가 장려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에는 왕과 귀족은 석실묘를 썼으며, 상류계층은 석관묘, 일반서민은 토광묘로서 흙을 덮고 작은 봉토를 만든 형태가 많이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교가 불교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이 보편화되지는 못했고, 화장 후에는 산골하거나 합골 또는 佛舍에 안치하였다가 매장하는 풍습이 병존하였다. 즉 불교식 및 유교식 장묘문화와 풍수지리사상에 의한 장묘형식이 점차 결합을 이루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상 장례가 법제화되면서 조상숭배에 의한 상 장례, 특히 성리학적 상 장례가 보편화되었다. 조상숭배에 의한 상 장례는 초혼과 함께 조상의 신주를 이승에 모시는 상청과 사당을 중심으로 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당이 없을 경우 단지 신주만을 4대 동안 모시고, 상청은 3년 간 일상생활 공간에 모시는데, 죽은 조상에게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아침 저녁 문안드리는 것이 조상숭배의례의 핵심인 것이다.

이러한 조상숭배사상에 영향을 받아 조선시대의 묘지관행은 풍수지리설과 유교적 효사상이 혼합되어 돌아가신 분을 명당에 모시고자 하는 관습이 뿌리깊게 지배하게 된 것이다 묘지관행은 문화적인 관습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삼국시대 이후 조선조까지는 장묘에 대한 특별한 사회적 규제가 없었으나, 조선초에 이르러 화장을 금하고 묘지 크기를 규제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

특히 억불숭유정책으로 화장제를 강력히 금하고 매장제를 시행하는 등 유교적 장묘문화가 자리잡았으며, 경국대전에는 사회계급에 따라 묘지크기를 규제하는 법(분묘금한보수제)을 실시하는 등 검소한 장묘문화를 이루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묘지는 특별히 금지된 구역 외에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지고 풍수지리에 의한 명당선호의 성행으로 문중과 중중을 중심으로 선산제가 생기면서 도성주변과 마을 외곽지역에는 자연스럽게 조성된 문중 또는 개인묘지가 산재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화장문화보다 매장문화가 일반화된 근본적인 이유로는 돌아가신 분과 살아 남은 자식 사이의 관계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영속시킴으로써 효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이 가족의 핵심적인 가치로 내면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후 안식처인 묘지는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사이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상징적인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설치된 묘지, 특히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아무렇게나 설치된 무연고묘지라고 하더라도 영구적으로 존속되어 묘지의 수는 계속적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다. 종합해보면 묘지관행은 전통사회에서 죽음을 위한 의례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장소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었다. 묘지조성은 유교적 이상사회의 핵심적 믿음체계 즉, 효의 척도 내지, 가족 공동체를 확인한다는 상징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나. 장례 및 묘지에 대한 認識의 變化

 

최근의 장례 및 묘지관행과 인식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사망자수를 살펴보면, 상 장례건수는 1999년 25만3천건이며, 1일 평균 장례건수가 700여건 정도로 추정되고, 이는 계속 증가하여 2010년에는 35만8천건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상 장례는 예정된 행사가 아니므로 장묘관련 서비스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제한된 짧은 기간 내에 치러야 한다. 소비자들은 장례관련 물품에 대해 평소에는 관심이 없으며,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거나 전시거래제도도 미흡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례 및 묘지관련 서비스는 장례라는 특수한 상황과 제도적 환경에 기인한 장례용품 구입, 장례식장, 장의자동차 임대, 묘지구입 등 여러 단계의 구조로 되어 있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장묘관련 서비스 비용은 공식가격이외에 소위 노잣돈이라 하여 웃돈의 강요가 거래관행처럼 되어 있다. 이러한 관행이 정착하게 된 이유는 상 장례 서비스 공급자의 태도와 비합리적인 거래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사회에서 장묘관습이란 단순히 관습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가 국민의 가정의례 영역까지 지도한다는 입장에서 상 장례의 간소화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려는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었고 외향적으로 상 장례 절차가 합리화되고 간소화하고자 시도하였다.

국민적 정서와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폐지(1969년 제정, 1998년 폐지함)하는 대신 매장과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묘지면적의 축소, 시한부매장제 도입, 화장 및 납골문화 보급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제정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운 장례 및 묘지관행을 고쳐 나가기 보다 전래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낭비적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최근에 와서 장례와 관련된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장례장소가 자택에서 병원장례식장으로 옮겨가는 장례관행의 변화를 지적할 수 있으며, 특히 1990년대 이후 중 상류층 사이에서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례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는 도시화에 따른 거주공간의 협소, 핵가족화, 사회 전반적인 편의주의의 확산으로 장례장소가 가정에서 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시신처리와 관리가 비위생적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풍수사상에 의한 뿌리깊은 명당선호의식과 자식된 도리로 조상을 정성스럽게 모시기를 원하여 개인묘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매장관습으로 전국의 묘지면적은 약 998km2(전 국토의 1%)이며 분묘 수는 2,000만기로 추정되고, 해마다 약 20만기의 새로운 묘지가 생겨나고 국토잠식, 자연환경 훼손 등 사회적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 대다수가 '장례 및 묘지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장묘에 관한 의식변화의 흐름에 알 수 있듯이 일반 국민들은 아직도 매장위주의 장례방법을 선호하고 있으며, 전통적 장묘관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묘문제에 대한 인식과 실제 실천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화장유언 남기기 운동의 확산으로 화장 및 납골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실천이 전제되는 바람직한 상 장례문화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회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장묘문제는 개인과 가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 못지 않게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나라의 실제 화장률은 1970년 13.9%, 1992년 18.4%, 1997년 25%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1998년이후 급격하게 증가하여 1999년에는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정된 장묘법에 의한 시한부매장제 도입을 앞두고 오래된 조상묘지를 개장하여 가족납골묘지에 모시는 관행이 증가하는 추세로 화장 및 납골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표 2 > 장례 및 묘지관행의 변천과정

시대

장례 관행

묘지 관행

비고

삼국시대

- 사자의례의 전형적 형태로 사자를 이승과 분리시킴

- 지석묘, 고인돌(삼국시대 이전)

- 복장제, 후장과 순장의 풍습

- 토분과 적석총, 석실묘 등의 형태

- 부장품

 

고려시대

- 초분형태

- 토분(관 이용)과 석관묘, 다수의 부장품

- 매장과 함께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제도가 공존함

- 도교, 불교, 유교적 조상숭배사상이 공존

 

조선시대

- 주자가례 등 예서를 통한 장례절차의 제도화

- 3년상

- 화장금지

- 문중묘지 성행

- 유교적 장례절차

- 조상숭배사상 지배

- 풍수지리사상에 명당선호

일제시대

 

- 개인묘 금지와 공동묘지 권장

 

현대사회

- 상업적 장의사와 장례식장 등장

- 장례절차의 간소화

- 종교에 따른 장례의식 진행

- 매장중심의 개인묘지

- 화장 및 납골의 보급

- 묘지로 인한 국토잠식

- 시신 비위생적 처리

3. 장례 및 묘지관행의 문제점 

가. 장례의미와 절차에 대한 무지

 

상 장례는 전통사회의 가부장제적이고 가족공동체적인 영향을 받아 왔으며, 관습과 가치관, 그리고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많이 변화되어 왔다. 전통적 상 장례는 유교적 요소와 민간 및 무속신앙 등이 혼합된 형태를 보여 왔으며, 천주교와 개신교 등 서구의 신문화 유입으로 오늘날 거론되고 있는 상 장례 관행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나. 체면 및 과시문화, 편의주의의 확산

 

장례주체들이 장례절차나 내용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상을 당하면 다른 사람의 장례관행과 장례서비스업자가 일러주는 과정을 아무런 생각 없이 답습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올바른 장묘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장례의 본질적 의미는 퇴색되는 반면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밖에 인식하지 않고 있어 사회적인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 시신의 비위생적 처리

 

장묘관행은 남의 이목을 의식한 체면문화 및 타 집단에 대하여는 과시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체면 및 과시적 형태의 장례는 장례관련 서비스업소들의 상혼까지 겹쳐 상주는 물론 문상객에게도 심적, 물적 부담을 주고 있다. 장례관행이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고비용구조의 장례가 성행되고 상부상조의 의미로 주고받던 부조금이 일부 계층의 지위나 권력의 과시수단과 사회적 연결망의 확장수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부정적 측면이 나타나 허례허식과 국민적 위화감을 조장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장례장소가 가정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겨가고 사람이 집단으로 모인 장소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있어서는 위생적인 사망자 관리가 대두된다. 하지만 시체실의 위생적 관리를 통한 질병의 확산을 예방하고 공중보건을 지켜 나가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첩경임에도 불구하고 시신의 위생적 처리문제는 열악한 시설과 비전문 인력에 의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라. 장례 및 묘지서비스의 전문인력 부재

 

장례 및 묘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이 없고, 장묘시설의 영세성과 서비스 종사자의 비전문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신의 위생적 처리, 장례상담, 묘지 및 사후관리 서비스 등 어느 분야보다도 전문적인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자격제도가 전무하다. 장묘관련 서비스는 商業主義的 競爭 심화로 물질적 이익과 비용적인 요소만 부각되고 있을 뿐이며, 장묘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마. 경조문화의 왜곡

 

오늘날 조문관행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도와 상주를 위로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대신 형식만 남아 경조문화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고를 받게되면 상대가 누구인지를 따지기 전에 문상을 가게 마련이며 부조금을 보내게 된다. 일반적인 조문관행은 상가의 슬픔과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공동체적인 유대감보다는 형식적이며, 체면의식으로 인한 과다한 부조금 지출을 통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 매장위주의 장묘관습 지속

 

전통적인 유교의식은 매장만이 효도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어 화장을 기피하고 있다. 매장위주의 장묘관습으로 묘지공간의 부족과 국토잠식 및 환경훼손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며, 묘지중심의 추모문화로 교통혼잡 등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사. 장묘관련 법의 실효성 확보 노력부족

 

장묘관련 법과 제도는 現實과의 거리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효성 확보노력이 부족하여 장묘문제를 가중시키며 이를 담당할 전문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아. 장례 및 묘지관련 시설의 낙후성

 

장례 및 묘지관련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있어 현대화된 장묘시설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사체의 부패로 인한 비위생적 환경요인의 영향으로 장묘관련 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자신의 지역에서는 장묘시설이 확충되는 것을 기피하는 이른바 지역이기주의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화장장 및 납골시설은 지역 주민의 편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설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우리는 형식적이고 허례 허식적인 장묘관행을 고집하기보다는 장묘관행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하나 하나 개선해 가면서 경건하게 죽음을 애도하고 효사상을 고취할 수 있는 건전한 장묘문화의 가치관형성을 위한 국민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