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묘문화 어떻게 개선하나

 

 
*프랑스 파리의 2백년된 유명묘지로 유명인들의 묘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빼라르 셰즈.



최근에 만추의 정취가 가득한 프랑스 파리 근교의 종쉬롤묘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곱게 단풍이 든 나무숲과 푸른 잔디 그 위로 수북이 쌓인 낙엽, 그리고 멋지게 설계된 화장장, 많은 꽃으로 장식된 야외벽식 납골당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특히 그곳 종쉬롤묘지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소는‘추억의 정원’이라고 불리어지는 미루나무숲이었다. 슬픔을 상징하는 미루나무가 두줄로 줄지어 하늘높이 솟아있고 잔디 위엔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함께 화장(火葬)한 유골이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죽은 자들을 추모하며 가족들이 가져다 놓은 꽃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화장률이 90%를 넘는 스톡홀름이나 코펜하겐의 경우 그 곳의 공공묘지에는 화장후 가족들이 함께 묻히는 가족납골묘(0.5평 이하의 크기)나 실내·실외 납골당에 돌아가신 분들을 모셔도 얼마든지 조상을 숭배하고, 늘 산 자는 죽은 자와 자주 만나 영혼과 마음을 교류하는 추모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묘지는 주거지역과 가깝게 있어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고 늘 묘지에는 아름다운 생화가 가득히 놓여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죽은 자가 차지하고 있는 묘지 1기의 면적이 산 자의 주택면적보다 3∼4배 크고 묘지가 전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그런데도 해마다 여의도 면적 만큼의 묘지가 새롭게 생겨나는 나라, 살아서는 주택난, 죽어서는 묘지난을 겪는 나라, 전국 어디에나 묘지로 뒤덮혀 있는 묘지천국, 금수강산이 아닌 묘지강산이 바로 우리의 현 실정이다. 또한 한식과 추석 성묘 때마다 전국의 도로는 교통대란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전체 묘지중 40%는 연고자 없이 버려진 무연고묘지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우리 나라 장묘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해 모 그룹 회장의 화장유언 실천이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우리 나라의 매장중심 장묘문화로 인한 묘지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서의 화장(火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뜻 있는 사회 각계 지도층인사들의 ‘화장유언서약’을 시작으로 화장유언남기기운동이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화장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매장위주의 장묘문화가 생각보다 빨리 개선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렇지만 장묘문화는 관습이나 종교 등 사회·문화적 속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때문에 일시에 또는 빠른 기간내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그러므로 시대 변화에 맞춰 건전한 장묘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강력한 화장위주 장묘정책의 추진의지가 선행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화장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의 매장중심 장묘문화를 개혁하는데는 화장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 나라 전국에 방치되어 있는 1만 여개의 공동묘지만 재개발하여도 묘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집단묘지보다 개인묘지를 선호하고, 세계 각국에 비해 지나치게 큰 면적의 묘지를 현행 장묘관련 법에서 허용하는 한, 그리고 다른 나라처럼 시한부 매장제도를 현실에 맞게 채택하지 않는 한, 묘지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최근에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장묘문화 관련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화장찬성률이 60∼70%인데 특히 여성들의 화장찬성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화장장, 납골당 등의 장묘문화시설이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은 여성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나고 있어 역설적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장례방법의 결정에 있어 여성이 배제되고 있고 여성들은 장례시 허드렛일 이외는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런 현실을 먼저 우리 여성들이 앞장서 개선해나가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를 후손에게 삶의 터전으로서 온전하게 물려 주는 일에 여성들이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21세기를 바로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이제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죽음의 질도 생각할 때다.

박복순/한국장묘문화개혁법국민위원회 사무총장

이자료는 여성신문에서 발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