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개혁 - 우리는 이렇게(한겨례)

대구① 올해 화장건수 갑절로 늘어 제2납골당에 가족묘
광주② '화장 거부감' 두터운 벽 천천히 꾸준히 허물 터
광주① 화장률 20%, 갈 길 멀죠? 새 화장장으로 대변신

부산③ 화장뒤 안치까지 3시간 음식은 상조회사에 맡겨
부산② 빈소·화장·납골까지 장례 모두 책임진다
부산① 주민반대 호평으로 바꾼 첨단 무공해 화장장
전주시 화장문화 조기정착 다양한 시책 내놔
서울③ 3평 남짓 공간 납골함 빼곡 조명·장식 안락함

서울② 강서구 "혐오시설 반대' 벽 부닥친 제2화장장
서울① 벽제는 새벽부터 장사진 납골당도 내년초 '매진'
제주 "도민 89% 관행바꾸자" 광역납골당 건립
의정부 "더 매장할 곳이 없다" 납골당 모범
안양① '민방위교육서 화장 권유 시청사엔 시범 납골묘'
대전② "음산한 분위기 떨쳐야" 건축비 곱절들여 고급화
대전① 전시장·시범단지등 조성 납골묘 보급확산에 주력
손씨 율동문중-"후손 편하고 국토 지키고" 문중 앞장서 납골묘

 

대구① 올해 화장건수 갑절로 늘어 제2납골당에 가족묘  

대구시내 유일의 화장시설인 수성구 고모동의 장의관리소 직원들은 올해 들어 무척 바빠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6~8기에 머물던 화장 건수가 올해 들어 갑절 이상 늘어난 탓이다.

최근 10년 동안 대구장의관리소의 연 평균 화장 건수는 2500기였지만 올해에는 10월 말 현재 5860기를 기록했다.

이처럼 화장이 늘자 유골을 안치할 납골시설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시립공원묘지에 자리잡은 대구시납골당(사진)은 현재 추세라면 내년 말께 만장이 예상돼 증·개축 공사를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4500여기의 수용 능력을 갖춘 시납골당은 74년 개장 이래 20여년 동안 해마다 100~200기 정도의 유골을 받았으나 최근 2~3년 사이 600기 안팎의 유골이 한꺼번에 안치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10월까지 707기가 안치되면서 수용 능력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납골 시설의 확충에 나선 대구시는 내년 말까지 국비와 시비 17억8000만원을 들여 현재의 납골당 앞에 2만기 안치 능력의 제2납골당을 짓기로 하고 내년 1월 기본 및 실시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반 분묘만 있던 대구 근교의 사설묘지 현대공원에도 지난해부터 납골시설 이용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공원쪽은 지난 6월 6~12기의 유골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가족납골묘가 들어설 터 1000여평을 확보하고 분양에 들어갔다.

김응일 대구시 장묘 담당은 “화장과 납골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입어 전통적으로 매장 관습이 강한 영남지역에도 장묘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납골시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려 생활공간화한다면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홍대선 기자gogo@hani.co.kr

광주② '화장 거부감' 두터운 벽 천천히 꾸준히 허물 터 

지난 4월 출범한 `장묘문화 개선 광주시민협의회'(상임대표 황승룡 호남신학대 총장)는 최근 올해 운동 목표를 좀 낮추었다. 장묘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다른 어떤 시민운동보다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광주경실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누리문화재단, 장기기증운동본부, 광주기독교청년회 등 광주지역 5개 시민단체로 짜여진 장개협은 애초 연말까지 시민 1만여명에게 화장 서약을 받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초기에 펼친 화장서약 운동에 고재유 광주시장, 노성만 전남대 총장, 이상섭 동신대 총장, 강성준 광주기독교청년회 이사장, 강승구 한국은행 호남본부장, 김양균 누리문화재단 이사장, 박영수 광주은행장, 이영일 국민회의 의원 등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렇게 순조롭게 출발한 뒤부터는 장묘의식에 대한 여론 조사와 초청 강연회, 시민토론회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지역의 화장서약 운동은 시민 대다수가 농촌 출신으로 매장을 선호하는 의식의 뿌리가 깊은데다 일곡동화장장의 낡은 시설에 대한 반감이 높은 탓에 더디게 진행됐다. 심지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장묘 관련 공무원들조차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화장서약을 미룰 정도로 정서적 거부감이 높은 게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서약한 시민은 510명에 머물고 있다.

장개협 변동철 간사는 “여론조사에서 화장에는 70%가 찬성하지만 본인·가족에 대해서는 10%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중적 의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장개협은 이런 판단에 따라 화장서약자 목표를 1000명으로 수정했다. 화장서약서에 가족의 이름을 모두 쓰도록 양식을 고쳐 가족 단위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화장장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고 납골당 이용료를 낮추는 유인책을 마련하도록 행정기관에 요구할 방침이다.

광주/안관옥 기자okahn@hani.co.kr

광주① 화장률 20%, 갈 길 멀죠? 새 화장장으로 대변신 계획  

“시민 대다수가 토박이인 탓에 상대적으로 화장률이 낮아요.”

광주시 장묘 담당 오승희씨의 걱정이다. 올해 광주지역 화장률은 20.2%에 그쳤다. 서울 부산 등 다른 지역에 견주어 10% 포인트 낮은 수치다.

시는 그러나 이처럼 낮은 화장률을 비관하지 않는다. 장묘문화와 장례의식을 바꾸기 위해 해야할 일이 많고 기대되는 효과도 클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시는 우선 장묘시설을 확충하고 번거로운 절차 없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행정력을 쏟고 있다.

광주시립화장장은 23년 전인 76년 북구 일곡동에 설치한 90평짜리 재래식 시설이다. 화장로 2기에서 하루 7.5기가 화장된다. 65평 납골당에는 8737기가 안치되어 있다.

시는 97년부터 설비가 낡고 용량이 적은 일곡동 화장장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2화장장을 찾아왔다. 시는 숙원사업 해결과 수익사업 보장 등을 약속하며 후보지를 공모했다. 뜻밖에도 시립묘지가 위치한 북구 운정동 인근의 효령동 주민들이 유치 신청을 해왔다. 일부 반대 주민들이 한 공무원에 뭇매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주민 동의와 입지 선정이 마무리됐다. 시는 주민에게 233억원의 지원 사업을 약속하고 묘비 제작, 빈소 설치, 매점 운영 등을 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렇게 선정된 북구 효령동 56일대 시립화장장은 현재 공정 96.5%를 기록하고 있다. 시는 연말까지 158억원을 들여 화장로 3기를 갖춘 화장장(372평), 1만5000기를 안치할 납골당(319평), 관리동(391평) 등을 준공한다. 화장로는 추후 7기까지 증설이 가능하다. 시는 시설 확충을 매듭지은 뒤 내년부터는 시민들을 상대로 화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설득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사망에서 화장까지 필요한 신고·조문·납골 등 장례 절차를 일괄 제공하는 종합장례서비스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홍 사회복지과장은 “장묘시설을 가족공원으로 느낄 수 있게 조경과 환경에 신경을 쓰겠다”며 “시민단체의 화장서약 운동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okahn@hani.co.kr

부산③ 화장뒤 안치까지 3시간 음식은 상조회사에 맡겨 

양아무개(60·부산 서구 암남동)씨는 지난 22일 새벽 5시께 어머니가 노환으로 숨지자 화장을 하기로 하고 상조회사에 연락했다.

상조회사의 운구차량으로 오후 1시께 주검을 영락공원으로 옮겨 와 안치시킨 뒤 3일장을 치르기로 하고 매점에서 제사 음식 등을 구입해 바로 빈소를 차렸다.

상복 등 장례용품의 구입과 입관 등 절차는 상조회사에서 맡아서 해줬다. 단 유족들은 제사 음식말고는 외부에서 음식물을 반입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내야 한다. 조문객 접대와 유족들 식사는 재첩국밥 시레기국밥 쇠고기국밥과 같은 식사류와 수육 과일 떡 주류 음료수 등을 고루 갖춰 놓은 식당과 매점에서 해결된다.

24일 오전 9시30분 발인제를 지내고 바로 화장이 시작됐다. 유족 대기실에서 1시간40분을 기다리자 안내전광판의 불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화장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양씨는 수골실로 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유골을 한지로 만든 봉지 2개에 수습해 유골함에 넣었다

유족들은 유골함과 영정을 싣고 꽃상여차에 탄 채 400m 떨어진 제2영락원(납골당)에 도착해 화장증명서를 제출한 뒤 마지막 분양을 하고 유골을 안치했다. 이 때가 낮 12시께로 발인에서 화장을 거쳐 영락원 안치까지 2시간30여분이 걸렸다.

양씨가 3일 동안 영락공원을 사용하면서 관리사업소에 치른 비용은 △빈소 9만원 △안치 9만원 △화장 9만원 △납골당 12만원을 더한 39만원이다.

여기에다 매점에서 별도로 구입한 유골함값 10만원과 제사 음식 15만원, 조문객 접대비 150여만원, 상조회사 비용이 110만원 등이 양씨 부인 최아무개(51)씨가 밝힌 장례비용 목록이다. 비용 총액은 330만∼340만원.

“음식 준비를 하지 않아도 돼 특히 여자들에게는 편해요. 하지만 과일과 수육, 젯상 음식이 너무 비쌉니다.” 최씨의 영락공원 이용 소감이다.

부산/이수윤 기자syy@hani.co.kr

부산② 빈소·화장·납골까지 장례 모두 책임진다 

부산영락공원은 단순히 화장만 하는 곳이 아니다. 조문~화장~납골로 이어지는 모든 장례 절차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토털 장례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영락공원은 빈소가 마련된 장제동을 사이에 두고 화장동과 영락원으로 나뉘어진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장제동의 빈소가 예상밖으로 반응이 좋아 영락공원을 널리 알리는 데 한몫했다. 빈소 이용시민들이 크게 늘자 지난 3월 7개이던 것을 9개로 늘렸다. 지난해 3.5건이던 하루 평균 회전율도 5.1건으로 늘었다.

장제동은 빈소와 함께 16기를 안치할 수 있는 냉동실과 염습실, 조문객을 대접할 수 있는 10평(4개)과 20평 규모의 방 6개, 150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매점을 갖췄다.

이 식당은 1억원이던 임대료가 지난 97년 3억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무려 14억1000만원에 낙찰돼 이용 시민들이 크게 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영락공원의 화장로 15기의 처리 용량은 하루 최대 45구로 부산지역의 하루 평균 사망자가 48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정 규모다.

이희준 관리사무소장은 “사이클론 집진 처리를 거쳐 2차로 전기집진 처리를 해 완벽에 가깝게 분진을 처리하므로 공해 걱정은 없다”고 말한다.

안치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골을 외부로 반출할 수 없는 점은 영락공원의 또다른 특징이다. 건립을 반대했던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건립 당시 지은 1만6520기 수용 규모의 납골당인 제1영락원이 4년 만인 지난 1월로 가득찬 것은 반출 금지가 크게 기여했다. 4만8000기 수용 규모인 제2영락원의 납골건수도 지난달까지 50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1%나 늘었다. 의무 안치 기간인 15년이 지난 유골을 비워내기 위해 제2영락원 안에 10만기 수용 규모의 합동묘도 마련해 놓았다.

지난 8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꽃상여차 무료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자동차공장 견학용 전기차를 개조한 이 차는 유골과 영정을 싣고 수골실 입구에서 영락원까지 400m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안내해 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용 시민들은 “식당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고 서비스 질이 낮아 시비가 잦은 점은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산/이수윤 기자syy@hani.co.kr

부산① 주민반대 호평으로 바꾼 첨단 무공해 화장장 

전국 최대 규모의 화장·납골시설이면서 지난 95년 건립 뒤 부산 지역의 화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부산 영락공원은 건립 과정에서는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부산시가 추진한 사업 중 보기 드문 `역작'으로 꼽힌다.

부산시는 지난 87년 제2 화장장 건립을 위한 대책 마련도 없이 당감동 화장장을 전격 폐쇄했다. 그 뒤 마산 울산 밀양의 시립화장장에 보조금을 주면서 더부살이하는 바람에 점차 늘어나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해운대구 반송동과 기장군 장안읍 등 여러 지역이 제2 화장장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로 건립이 무산됐다.

93년 3월 시가 시립공원묘지 터 안에 영락공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기본계획을 발표하자 청룡동 남산동을 비롯한 인근 5개동 주민들은 강력한 반대투쟁에 나섰다. 가톨릭센터 단식농성을 비롯해 시청과 구청은 물론 서울에까지 올라가 무려 98차례의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70여명의 통·반장이 사퇴로 압력을 가하는가 하면, 국회에 청원서를 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송이 주민들의 패소로 끝나자 분위기가 협상 국면으로 바뀌었고 주민들은 격렬하고 지루했던 반대투쟁을 접었다.

주민들은 `화장장 건립 저지'라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반대투쟁을 통해 시로부터 모두 1182억원을 들여 47건의 주민숙원 사업을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금정시민도서관은 이미 지난 97년 문을 열었으며, 금정문화회관도 사업비 전액을 확보해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오폐수 처리시설과 시립공원묘지 공원화 사업, 일주도로 개설, 두구동 마을회관 건립, 도로 정비와 포장 등 41개 사업은 이미 끝냈거나 진행중이다. 만남의 광장 조성 등 6개 사업만 착수를 하지 못한 상태다.

시는 추진 과정에서 장의차량의 주택가 통행에 따른 주거환경 침해와 재산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장의차량의 진출입이 경부고속도로 부산요금소 쪽으로 이뤄지도록 고가도로를 새로 개설하는 `묘수'를 고안해 냈다. 또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악취 공해를 막기 위해 최첨단 자동화 시설을 갖춘 화장방식을 선택했으며, 전용 하수관을 묻어 오폐수로 인한 상수원 오염 우려를 제거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유골을 아무 곳에나 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유골 반출 금지를 명문화했고, 음식물 반입도 못하게 하는 등 분쟁의 불씨를 없앤 것도 영락공원이 성공적으로 조성·운영되는 데 톡톡한 구실을 했다.

부산/이수윤 기자syy@hani.co.kr

전주시 화장문화 조기정착 다양한 시책 내놔  

전북 전주시가 화장 문화를 조기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친다.

21일 시는 “장묘 관행을 개선하고 화장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화장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오는 11월부터 전주 효자동 효자공원내 화장장을 이용하는 유족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하는 한편 효자공원내 납골당 봉안기한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시켜 주고 1차례(5년)에 한해 연장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화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혐오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화장장을 `승화원'으로 납골당은 `봉안당'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한데 이어 화장장과 납골당 건물을 개보수하고 건물 도색작업을 하는 등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시 관계자는 “국토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무절제한 장묘문화를 억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화장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시민들의 화장습관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

서울③ 3평 남짓 공간 납골함 빼곡 조명·장식 안락함 거실처럼 

서울 한복판인 중구 정동 3번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 지하.

예수상이 새겨진 원색의 스테인글라스를 바라보며 통로 끝에 이르러 18개 계단을 내려서면 육중한 문이 다가온다. 문을 들어서 왼쪽에 붙어 있는 3평 남짓한 방에는 의자 몇개와 탁자,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석고상이 있고 대형 양초가 두개 가지런히 놓여 있다. 담박에 예배실임을 알 수 있다. 예배실을 사이에 두고 사방 벽면에 가로, 세로 각각 27㎝, 깊이 80㎝ 정도 크기의 납골함 540개가 나란히 누워 있다.

이곳이 바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가 운영하고 있는 `안식의 집'이다.

지난 97년 말 조성된 `안식의 집'에는 40대 중반에 사고로 숨진 신안토니오를 시작으로, 21일 현재 모두 28위가 영면(永眠)중이다. 사기나 나무로 된 유골함이 안치된 납골함엔 이름과 사진이 붙어 있어, 참배 온 유족들에게 친근감을 더해 준다. 이곳엔 부부 유골이 함께 안치될 수 있어, 납골함은 540개지만 실제론 그 두배인 1080위까지 모실 수 있다.

납골 공간의 조명이 웬만한 집 거실보다 훨씬 밝은 데다 특별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써 유골을 모신 곳이란 생각이 거의 안들 정도다. 죽음은 자연스럽고 `삶의 연장'이란 느낌을 유족들이 갖도록 꾸몄기 때문이다. 교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곳을 찾은 노인들이 이곳에 안치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안식의 집'에 안치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대부분 종교시설이 그렇듯, 이곳 역시 성공회 신도라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반드시 화장을 해야만 이곳에 안치될 수 있도록 했다.

성당 관계자는 “처음엔 다소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화장서약 운동 등 사회 분위기가 성숙되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성당 안에 순교자나 별세자들의 유골을 모시던 오랜 교회 전통에서 볼 때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기 기자amigo@hani.co.kr

서울② 강서구 "혐오시설 반대' 벽 부닥친 제2화장장 

서울 시립 제2화장장 건립 예정지 가운데 하나인 강서구 오곡동은 현재 서울시와 강서구의 감정싸움에 휘말려 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6월 시가 자체 조사결과 선정한 3개의 예정지 가운데 강서구 오곡동이 `최적지'로 뽑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시는 △올림픽 대로, 39번 국도 등 교통이 편리하고 △평지이기 때문에 개발이 쉬우며 △벽제·성남화장장과 떨어져 있어 분산 효과가 높다는 점을 들어 오곡동이 용미리나 안양시립묘지보다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포공항과 붙어 있어 소음지구로 정해졌기 때문에 주민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이 사실이 시의원들에게 알려지자 강서구는 즉시 `결사항전'에 들어갔다. 구의회·25개 사회직능단체들이 참여한 `화장장 건립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인환)'는 “혐오시설을 짓는 결정을 주민들의 동의 없이 내렸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강서구 주민 75000명으로부터 반대 서명까지 받았다. 김인환 위원장은 “이미 강서구에는 분뇨·하수처리장이 있고, 곧 쓰레기소각장도 생긴다”며 “더이상 강서구에 혐오시설이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는 “화장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벽제화장장만 해도 이미 13년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도 낡고 기술 수준도 낮지만, 이번에 짓는 화장장은 연기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 `무공해' 화장장이라는 것이다. 시는 또 “지난 95년 준공된 부산 영락공원은 건립 이전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는 주민들도 공원으로 생각할 정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고건 시장은 “화장장 건립문제는 반드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서울시뿐 아니라 인천·경기도와 더불어 의논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시는 내년 2월 수도권 지역의 시·도지사들이 참여하는 수도권행정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로써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잠복기'로 들어간 셈이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권장 기준치보다 2배를 넘겨 무리하게 화장로를 가동하는 벽제화장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제2화장장을 이른 시일 안에 지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주현 기자edigna@hani.co.kr

서울① 벽제는 새벽부터 장사진 납골당도 내년초 '매진' 

날이 채 새지도 않은 아침 5시30분이면 서울시립 벽제화장장에는 운구차가 밀려든다. 오전 8시께는 화장장을 오르는 길 300여m가 운구차량으로 가득찬다. 이 300m를 올라 화장장에 도착해 화구에 관을 넣을 때까지 2시간, 화장하는데 또 2시간이 걸린다. 이만큼 화장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시는 현재 화장로가 16기인 벽제화장장의 화장로를 23기로 늘리는 공사를 다음달에 착수해 내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모두 93억원을 들여 화장로를 증설하는 이 공사는 `주거 환경이 나빠진다'며 반대하는 이곳 주민들을 설득하느라 아직 건축허가도 못받고 있다.

주민들은 화장로를 늘리는 대신 마을회관, 축구·테니스장 등 운동시설 건립과 함께 화장로 1기당 하루 2.5구 이상은 화장을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화장장은 적정 수준인 화장로 1기당 2.5구의 화장을 한다면 7기를 늘려도 포화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제2,제3의 화장장 터를 물색 중이다.

또한 서울은 납골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현재 서울은 왕릉식 납골시설인 용미리 제1묘지 8100기, 벽제 시립화장장 안 제1봉안당 6036기, 장재장 납골시설 7398기 등 4곳에 모두 2만6884기를 안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유족들이 봉안했던 납골함을 가져가는 곳까지 다시 봉안해도 내년 1월이면 찬다.

이에 따라 시는 용미리 제2묘지 안 895평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3만4000기를 안장할 제2봉안당을 내년 4월 완공 목표로 짓고 있다. 또 용미리 제1묘지 안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1만기를 봉안할 제2왕릉식 납골당을 2001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화장 추세로 볼때 이 또한 2003년이면 찰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김준식 제2화장장 건립팀장은 “화장·납골 시설이 크게 부족해 증설이 시급하지만 주민 반대로 시설 확충이 쉽지 않다”며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주민 이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허종식 기자jo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