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한겨레)

장묘문화개선 캠페인

매장 15년뒤엔 화장·납골 의무화

장묘시설 새이름 공모안팎
"화장해달라" 지도층중심 확산
50대 이하 절반 "화장해 달라"
가족납골묘 등 변화바람 솔솔
화장운동 지도층이 앞장서야
수도권 묘지 수원·성남 맞먹어
농촌도 '포화'…묻힐 땅이 없다
본인 화장 찬성률 76.6%
"명당인 도심지에 납골공원 만들자"

국민 10명중 7명 "본인 화장 찬성"
'화장 서약' 참여자 줄 잇는다
납골당 건립촉진 법적 뒷받침을
[사설] `장묘법` 개정 서둘러야
중국 '제2 장묘혁명' 준비 
"화장통해 영생" 힌두 관습 뿌리
드넓은 서부도 묘터는 좁다
휴식공간 꾸민 화장장 곳곳에
"풍수, 산소자리 잡기 아니다"
[아침의향기] 무덤 대신 우주로 가신 할머니

 

 국토가 사라지고 있다. 묘지가 넘쳐나는 탓이다.
97년말 현재 묘지 면적은 전체 택지 면적의 절반이 넘는 989㎢.
그런데도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인 9㎢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가용 국토 어디에도 묘지를 쓸 수 없게 된다는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한겨레신문사와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장개협)·서울시는
`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를 주제로 펼치는 `장묘문화 개선 캠페인'의 하나로
최근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화장운동을 살펴보고
매장 관행의 문제점과 극복 대안을 몇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화장유언 남기기` 접수를 받습니다. (02)765-8111(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매장 15년뒤엔 화장·납골 의무화

 


△ 경기도 고양시 용미리 추모시설의 옥외벽식 납골단.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제공

법 몰라 매장고집

 

“더 이상 묘지를 영구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요즘 일선 시·군·구청과 동사무소, 장례식장, 노인정 등에 가 보면 이런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바뀐 지 1년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반인들 사이에선 법을 몰라 매장을 고집하거나 본의 아니게 불법 묘지를 설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생활개혁실천협의회(의장 손봉호)와 보건복지부가 포스터 6만부를 인쇄해 배포한 것이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장사법은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를 묘지로 채우는 묘지대란을 막기 위해 ‘시한부 매장제도’를 도입했다. 즉,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15년으로 못박고 이 기간이 지나면 화장 또는 납골을 하도록 했다. 다만 15년씩 3차례 최대 60년까지 ‘연장신청’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법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 3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시한부 매장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21.5%에 그쳤다.

현행 법은 또 주검을 매장할 경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하고, 특히 가족묘지와 종·문중묘지는 설치 전에 ‘허가’까지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 역시 ‘몰라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묘지설치 허가 또는 매장 신고 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43.8%와 37.1%에 머물렀다. 특히 매장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무려 80.2%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이처럼 ‘시한부 매장’을 피할 수 있는 불법 묘지는 늘어나는데도 당국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공식적인 매장신고율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장사법 시행 1년 전부터 개정 법 내용을 홍보하고, 강력한 법 집행으로 100% 가까운 매장신고율을 보이고 있는 경남 남해군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남해군은 또 화장장려금까지 지급하며 화장률을 기초자치단체 최고 수준인 30%대까지 끌어올렸다.

생활개혁실천협 박제훈 간사는 “현행 장사법의 핵심인 ‘시한부 매장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매장신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남해군의 사례에서 보듯 이 법의 성패는 강력한 법 집행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달 초 태풍 ‘루사’가 몰고온 산사태로 분묘 700여기가 유실된 강릉시 사천면 강릉공원묘원 현장을 지켜본 한 공무원은 “500여기는 끝내 주검을 찾지 못했고, 다행히 주검을 수습한 유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부분 화장했다”며 씁쓸해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2002.9.24 한겨레

장묘시설 새이름 공모안팎 

장묘문화 개선 캠페인의 첫 사업으로 실시된 장묘 시설 관련 새 용어 공모에는 노인과 어린이, 주부, 목사·스님·신부 등 종교인, 공무원, 교사는 물론 현역 군인과 해외 동포 등 세대와 직업을 떠나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사와 서울시, 장개협은 이번 공모를 통해 확정된 새 용어들로 기존 용어를 대체하기로 하고 앞으로 장묘 관련 법률이나 조례 개정 때 정식 법률 용어로 채택해 줄 것을 청원할 예정이어서 머지 않아 이들 용어는 장묘 시설 관련 일반 용어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 경과=“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 캠페인 준비 단계에서 한겨레신문사 등은 현행 장묘 시설 관련 용어들이 부정적 이미지로 부각되어 있어 이들 용어를 친근하고 참신하게 바꾸어야 화장 중심의 새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캠페인 준비팀은 지난 7월 허웅 한글학회 이사장, 한영우 서울대 인문대학장, 이광규 서울대 명예교수, 정인혁 연세대 의대 교수, 박희정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책임연구원, 장철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등 각계 지도층 인사 및 전문가 10명으로 `장묘문화 명칭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두 차례 논의를 거쳐 새로운 용어를 추천 받았다.

위원회는 새 용어 선정 기준으로 △호감도 △명확성(분명한 의미 전달) △보편성(가능한 모든 사회구성원이 사용가능한 정도) △참신성 및 △특정 종교와의 관련성 배제 등을 정했다. 이렇게 해서 추천돼 공모 대상이 된 용어가 화장장은 `정화원' 혹은 `승화원', 납골당은 `추모관' `추모당' `추모의 집'이다.

◇ 참여 열기 전국에서 고른 참여를 보인 이번 조사에는 특히 울산시 학성초교 5학년 6반 학생과 충남 태안군 안면고등학교 3학년 1반 학생 전체가 담임 교사의 제안으로 집단 참가하는 등 미래의 우리 사회 주인공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또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선교사 김봉환씨는 선호도 조사 말고도 `시신 기증'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함께 보내왔다.

광주에 사는 송봉남씨가 “주검을 상징하는 은행나무에 유해를 뿌려 그 은행나무를 지속적으로 가꾸는 운동을 벌이면 환경보호에 일석이조”라는 견해를 보내왔다. 청주에 사는 김문화씨의 경우 “`정화'라는 말이 죽은 이를 쓰레기로 취급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승화원'을 추천했다”고 알려왔다.

김영철 기자yckim@hani.co.kr

"화장해달라" 지도층중심 확산  

지난 4월22일 세상을 떠난 한학자 임창순(태동고전연구소장)씨는 화장을 했다.
한학자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제자들은 스승이 숨진 뒤 빈소 옆방에서 밤을 새워 격론을 벌였다.  “매장을 해야 한다” “화장이 좋다”는 논쟁은 그러나 하루 만에 끝났다. 상주인 임세권 교수(안동대)가 “아버님은 국토를 잠식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다 어거지 성묘 의무로 자손들을 불효자로 만들기 싫다며 화장 유언을 남겼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풍수지리학자인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씨는 가족 모두와 함께 일찌감치 화장을 결심했다. 최씨는 “풍수사상 어디에도 화장을 금지하는 대목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개인 영달을 위해 명당을 찾는 것은 풍수의 기본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천리에 반하는 것을 땅의 이치가 수용할 리 없다”는 게 최씨의 일관된 주장이다.

매장 관행을 뒷받침하는 전통적 의식 가운데 가장 뿌리 깊은 게 유교 사상과 풍수지리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결심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에스케이그룹 최종현 회장의 화장은 매장 관행에 젖은 부유층과 지도층에 적지 않은 파문을 던졌다. 화장을 `악장'이나  `흉장'이라며 기피해 온 이들에게는 작은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고건 서울시장, 김상하 대한상공회의소장, 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이세중 시민운동지원기금 이사장, 정세균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등 각계 인사 30여명이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장개협·98년 9월 창립)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에 불씨를 던지는 계기도 됐다. 박준규 국회의장, 김종필 국무총리,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 손길승 에스케이그룹 회장 등 지도층이 잇따라 화장 의사를 밝혔다.

김수환 추기경은 최근 고건 서울시장에게 “교구가 관리하는 공원묘지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묘지 확보 때문에 신도들이 아우성이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화장운동'을 역설하기도 했다.

화장에 대한 지도층의 거부 풍조는 여전히 완강하다. 장개협은 올해초 국회의원, 행정부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 모두에게 화장 유언 남기기 서약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서명한 서약서를 보내온 사람은 정호선 의원(국민회의)뿐이었다.

지난 97년말 현재 분묘 수는 약 2000만기로 가용 국토의 5.2%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항공촬영을 통해 집계한 것으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가족제도의 변화로 2~3대만 지나면 조상 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묘지의 40% 이상이 토지만 점유한 채 연고자 없이 버려진다. 분묘 1기당 면적도 만만치 않아 19.35평으로 국민 1명당 주택면적(4.3평)의 4.5배다. 우리는 죽은사람을 위한 땅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매장 중심의 장묘 관행은 좀처럼 변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태워 없애는 화장은 두번 죽는다는 느낌을 줘 정서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한학자 이구영(79)씨의 생각이 상당수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깔려 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서울시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66.8%가 화장에 성하지만 부모의 경우 30.4%만 화장하겠다고 응답했다. `인식'은 하지만 `실천'을 못하는 것이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김경혜 박사는 “장묘문화는 오랜 역사를 통해 확립된 생활 관습인 만큼 강제적 규제를 통한 해결책은 집단적 저항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김 박사는 “국민의 의식개혁을 통한 자발적이고 점진적인 변화가 바람직하며 특히 영향력이 큰 사회 지도층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경우 지난 56년 마오쩌둥이 화장 원칙을 제시한 이래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류사오치 등 지도급 지도자들이 모두화장을 한 뒤 유골을 고향 산천에 뿌렸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화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화장률이 공식적으로 100%에 이른다.

송석구 동국대 총장은 “우리가 미래 생명공동체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의 장묘관행은 즉각 화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철 기자

50대 이하 절반 "화장해 달라" 

우리나라 60대 이상 66.7%가 숨진 뒤 매장을 원하는 반면 20~50대의 과반수 이상이 화장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 매장 위주의 장례문화에 조만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전주대 이재운(사학과) 교수가 지난 7월1일부터 8월25일까지 전국의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자신이 숨진 뒤 원하는 장묘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매장(37.0%)
△화장한 뒤 매장(21.8%)
△화장한 뒤 납골당(32.0%)으로 응답해 모두 53.8%가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왠지 화장이 싫다”(44.5%)거나 전통적인 관습 때문(41.2%)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화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들은 △국토의 묘지화를 억제할 수 있고 △장례문화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며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밖에 67.5%가 풍수지리상 좋은 자리에 묘를 써야 한다고 답했고, 제사를 잘 모시면 후손에게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58.7%에 이르렀다.

한편 73.3%는 죽음 이후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했고, 다음 세상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답도 66.7%에 이르렀다. 또 70%는 죽음 이후 꿈이나 제사, 기도, 굿 따위를 통해 영혼이 후손을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80.9%)이 남성(56.9%)보다 영혼에 대해 높은 믿음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매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화장에도 상당히 우호적인 반응이 나타났다”며 “앞으로 매장 위주의 장례문화에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주/임석규 기자

가족납골묘 등 변화바람 솔솔 

올해 초부터 백두대간을 탐사해 온 녹색연합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도 어김없이 산이 훼손된 채 묘지들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원 태백시가 지난 4월부터 창죽동 한강 발원지 근처 20만㎡의 야산을 마구 파헤치고 공동묘지를 조성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은 멸종위기에 놓여 보호식물로 지정된 가시오갈피나무 군락지다. 이 희귀나무가 묘지 조성을 위해 모두 베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은 녹색연합이 적극적인 묘지조성 반대운동에 나선 한 계기가 됐다. 녹색연합 서재철(33) 생태보전부장은 “낙동정맥인 정족산 자연생태 보전지역, 팔당 상수원 바로 위쪽, 지리산 해발 1600m 고지의 구상나무 침엽수림 군락지 등도 이미 묘지로 훼손됐다”고 말한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1동에 사는 박세영(78)씨는 4년째 `개인묘지 철폐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씨는 이미 10만여명의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곧 국회에 법 개정을 청원할 계획이다. 대전에 사는 강석규(대덕구 상서동)씨는 2평 남짓한 가족 납골묘에 안치실을 설치하고 조상의 유골을 순서대로 안치하고 있다. 모두 48기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 이곳에는 이미 15기의 조상묘가 들어있다. 48기를 선산에 매장할 경우 480평이 필요하지만 가족 납골묘를 조성하면 2평이면 충분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은 매장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유족에 통보없이 납골당에 안치한 뒤 묘지를 재활용하는 `시한부 매장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는 경기도 광주군 곤지암 수양관의 10평 정도의 화장재를 뿌리는 공간을 마련했다.

원불교 서울교구와, 대한불교청년회, 기독교화장 장려운동본부는 이미 1만여명의 신도들로부터 화장 서명을 받은 상태다.

한국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장개협) 홍보분과위원장인 탤런트 유인촌씨는 화장서명 행사 등에 빠짐없이 나오는 열성파다.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직원 100여명과 함께 화장 서약을 했다. 화장에 대한 신중대 안양시장의 관심과 실천은 안양시를 `화장운동의 메카'로 만들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도 한국형 가족 납골묘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장개협이 발족할 때는 강문규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 강영훈 세종연구소 이사장, 송보경 소비자 시민의 모임 회장,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원경선 풀무원 세민재단 이사장, 이주영 서울 여자기독교청년회 회장, 전택부 서울 기독교청년회 회장,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 1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화장운동에 불을 당겼다. 경실련,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 환경운동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도 장묘문화 개선 켐페인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한국장묘협의회(회장 김태복 중부대 교수)와 한국토지행정학회 등도 불법 호화묘지 방지, 법률 개정 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국대는 대학 중에서는 최초로 장묘문제 전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집들을 발간한 데 이어 지난달 교육부에 장례문화학과 개설을 신청했다. 서울보건대학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장례지도과를 설치하기도 했다.

허종식 기자

화장운동 지도층이 앞장서야 

풍수지리학자이면서도 열렬한 화장 지지자인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씨는 “장묘문화 개혁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김대중 대통령이 화장 유언을 해야 한다”고 못박는다.

최씨는 “화장 하자는 캠페인을 백날 펼쳐도 세간에 `묘자리 옮겨서 대통령 됐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퍼져 있는 한 아무 소용없다”며 “김 대통령이 나서야 지도층이 따라 오고 국민 참여의 폭도 커진다”고 말한다. 그는 “김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세간의 소문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낳아 국민들이 `명당'에 더 집착할 것”이라며 “우리같은 사회에서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데 어느 고위층이 화장운동에 앞장 서겠느냐”고 반문한다.

이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지원팀장은 “출세한 사람일수록 출세가 조상 덕이라는 인식 때문에 명당 자리를 선호하고 조상 묘를 숭상한다”고 말한다. 그는 “출세한 지도층 인사들의 이런 관념은 그대로 사회에 파급돼 매장 관행을 확대재생산하는 토대가 된다”고 덧붙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정치적 고비를 맞거나 명절 때마다 고향 선산에 있는 묘소를 찾고 언론이 빠짐없이 이를 보도하는 것도 잘못된 장묘 관행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관련해 “사병은 죄다 화장하면서도 장교의 경우 계급이 높을수록 묘지 평수를 늘려주고 대통령한테는 가장 큰 면적을 주는 국립묘지의 잘못되고 불평등한 규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최근 강서구 오곡동 김포공항 근처를 제2화장장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주민 반발로 설립 추진이 사실상 보류됐다. 집단 반발에 나선 주민들이야 그렇다 치고 이에 앞장 선 정치인들의 모습에는 사회 지도층의 한심한 행태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은 “조용한 산간지가 적지”라거나  “국제공항 옆 화장장은 관광한국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대운동에 격렬하게 앞장서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철회시키겠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분묘 면적을 줄이고 묘지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0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도 일부 정치인들의 이런 태도 탓이다.

국토개발연구원이 95년 3월 수도권 주민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1%는 화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화장을 하겠다는 응답은 11% 뿐이었다.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정작 부모의 문제로 돌아가면 커다란 의식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도층의 이런 행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올해 초 시립화장장을 이용한 유족 1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긍정적 조짐을 보여준다.

화장은 가난한 사람이나 횡액을 당하는 등 악상(惡喪)일 경우에 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이들의 생활 수준은 중류층이 44.1%, 상류층이 2.2%로 중상류 계층이 과반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5살 이상 고령으로 인한 병사자가 전체의 43.6%로 집계되는 등 이용자의 80%가 정상적인 사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출세'한 지도층의 한 사람인 고건 서울시장처럼 매장 의식이 뿌리깊은 부친에게는 비밀로 한 채 화장 유언 남기기에 서명을 하는 등 화장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도층이 일부라도 있는 것도 화장운동의 전망을 밝게한다.

박근애 기자

수도권 묘지 수원·성남 맞먹어 

일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11시. 경부고속도로 판교톨게이트~분당·수서 고속화도로와 이어지는 43번 국도는 서울 차량들로 거대한 주차장을 이루고 있었다.

추석 교통체증을 피해 미리 성묘길에 나섰지만 43번 국도 '태재' 부근 3㎞에 이르러 거북이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고개 넘어 광주군 오포면 능평리에 있는 판교공원묘지 때문이다.

울창한 산림은 간 데 없고 높고 봉분과 비석이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이 공원묘지에는 모두 3100여기의 묘지가 들어차 있다. 가시돋힌 듯 빼곡히 들어선 비석과 망석은 산세를 움추린 고슴도치 모습으로 바꿔놨다.

이 공원묘지에서 1.5㎞ 남짓 떨어진 삼성공원과 성남공원은 아예 거대한 '무덤산'을 방불하게 한다. 1만2000여기에 이르는 무덤이 해발 400여m가 넘는 산 두개(53만여㎡)를 뒤덮고 있다. 무덤들은 홍수에 떠밀려 내려온 듯 국도에서 4~5m 떨어진 곳까지 꽉 들이찼다.

수도권 지역 공공묘지는 652곳으로 여의도 면적의 3배인 2318만여㎡. 공설묘지가 57곳 125만여㎡, 사설 공원묘지가 41곳 1242만여㎡, 공동묘지로 불리는 집단묘지가 554곳 950만여㎡다. 법인묘지와 종중·문중묘지, 개인·가족묘지까지 포함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수원과 성남시 면적을 합친 272㎢에 이른다. 분묘 수는 523만기로, 경기도 인구(871만명)의 60%다.

경기도의 묘지난이 심각해진 것은 서울시 주민들이 교통이 편하고 가까운 이 지역을 선호하는 탓이다. 실제로 경기도 공공묘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서울 사람들이다.

명당 자리라고 알려진 용인 근처를 고집하는 부유층과 지도층  인사들의 이기주의도 수도권 묘지난을 거들었다. 정계 재계 언론계 등 각계 지도급 인사들이 앞다투어 이곳에 부모 등 가족들의 호화분묘를 세웠다. 오죽하면 `사거용인'(死居龍仁)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95년 호화분묘는 아니지만 전국 최고의 명당이라는 용인시 이동면 묘봉리로 부모와 여동생, 전 처의 묘지를 옮겨와 화제를 뿌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앞으로 3~5년 안에 이 지역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말까지 공설묘지는 78%, 사설 공원묘지는 66%가 꽉 찼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95년 서울시민이 이용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설 공원묘지에 대한 허가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푸른마을 신성아파트 310동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무덤산은 수도권의 극심한 묘지문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성남시 공동묘지인 이곳에는 1만6400㎡의 터에 1200여기의 무덤이 들어서 있다. 토지공사가 무덤 이전에 난항을 겪자 이곳을  빼놓고 아파트단지를 조성한 탓이다.

오는 2001년께 옮겨질 예정이지만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동묘지와 붙어있는 수내고교 학생들은 야간자습이라도 있는 날에는 혼자 집에 갈 생각을 못한다. 주변의 동국대 한방병원 환자들도 병실에 혼자 있기를 두려워한다. 주민 오춘선(35·주부)씨는 “도심 아파트 바로 옆에 엄청난 규모의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겠는가”고 반문한다.

경기도 시·군 관계자들은 묘지난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것도 장묘문화 개선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통령이 묘를 잘 써 대통령이 됐다'는 말이 나도는 판인데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겠느냐”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수원 성남/홍용덕 김기성 기자

농촌도 '포화'…묻힐 땅이 없다  

“이젠 농촌에도 묻힐 땅이 없습니다.” 

절도 못할 정도로 무덤이 빼곡히 들어찬 전남 담양군 창평면 오강리 유기중(65)씨는 뒷산 공동묘지를 둘러보며 이렇게  내뱉는다.

일제 때 무덤이 들어선 뒤 따로 무덤 쓸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이제는 남은 공간이 거의 없다. 한눈에도 30~40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100기가 훨씬 넘는다.

5㎞쯤 떨어진 담양군 고서면 동운리 마을 뒷산 공동묘지도 마찬가지다. 봉분이 없어진 자리든, 남의 묘 상 자리든 죄다  무덤으로 덮였다. 밭이었던 산기슭 곳곳에도 무덤이 들어찼다.

벌초하러 들른 이승현(42·광주시 북구 오치동)씨는 옆 무덤을 가리키며 “6년 전 숙부 묘를 이장했는데, 그곳에 누군가가 봉분을 올렸다”고 말한다. 동운리 120가구는 물론, 서울·부산에서도 인연이 닿는 이들이 잇달아 무덤을 쓴다.

이장 조성수(47)씨는 “마을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군유지인데다 태어나기 전부터 무덤이 있던 곳이라 매장을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을에 자연스레 조성된 공동묘지는 전남에만도 무려 1366곳에 있다. 31만여기가 15.5㎢에 들어서 전남지역 묘지면적의 36%를 차지한다. 전남에는 지난 4월 말 121만여기의 묘가 42.8㎢에 자리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전체 면적 1만1964㎢의  0.4%쯤이지만, 섬이나 오지를 빼면 포화상태다.

시·군이 조성한 공설묘지와 법인·종교단체의 공원묘지는 2.7㎢로 6.3%에 불과한 반면, 마을 공동묘지와 개인묘지는 30.1㎢로 70%가 넘는다.

전남에선 한해에 2만여명이 숨지는데, 대부분 매장을 하기 때문에 40만㎡의 임야가 해마다 묘지로 바뀐다. 공설·공원묘지에는 7만7395기쯤 무덤을 더 쓸 수 있어 4년 안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도는 공동묘지에 20만여기쯤 더 묻을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오강리나 동운리에서 보듯 광주와 인근 시·군, 중소도시 주변은  거의 여유가 없다. 그런데도 전남지역 화장률은 96~98년 겨우 6.8%에 그치고 있다. 3년 사이 6만5164명이 숨졌는데, 6만745명이 매장된 것이다.

동운리2구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들도 다들 개인 땅이든, 가족 땅이든 묻힐 곳을 봐뒀다고 한다. 이장 조씨는 “노인들에게 화장은 말도 못꺼낸다”고 말한다.

경북을 중심으로 한 영남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로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경북 고령군 개진면 직리 들머리. 30여기 묘지마다 같은 성씨의 비석이 있어 문중묘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한아무개(69·여)씨는 “시집오기 전부터 몇기가 있었는데 해마다 새로 생기는 바람에 지금처럼 군락을 이뤘다”며 “학교 옆이고  도로가이긴 하지만 자기 산에 묘를 쓰는데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현행법으로는 농지와 도로 옆은 물론 학교에서 500m 이내 묘지 조성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 묘터에서 100여m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고 도로 건너엔 수만평의 들녘이 펼쳐져 있다. 여느 묘지처럼 이 문중묘지도 불법으로 설치된 것이다.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은 “불법으로 설치한 것이 분명하지만 묘지쓰는 데에는 술문화처럼 관대한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는다.

3000명에 이르는 개진면민 가운데 96~98년 3년 사이 사망자는 147명이지만 이 기간 동안 화장한 사례는 단 1건이다. 문중 선산이 있는 다른 시·군으로 옮긴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근처 선산과 야산에 매장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98년 화장률은 전국 평균치인 23%에 훨씬 못미치는 14.6%다. 96년 12%, 97년 13.5% 등으로 높아지고는 있지만 유교적 전통이 강한 탓인지 미미하기 그지없다. 66% 가량은 선산이나 야산에 불법 매장되는 것으로 도는 추정하고 있다.

해마다 평균 1만5000여명이 선산이나 야산에 묻힌다고 추정할 때 무덤 1기당 15평을 잡으면 매년 22만5000평의 땅이 묘지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15년째 장의업을 하고 있는 ㈜모범연합상조 대표 김문식(38)씨는 “대부분 묘지설치 허가없이 매장하기 때문에 전체 매장 규모조차 헤아리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한다.

대구 광주/이수범 홍대선 기자

본인 화장 찬성률 76.6%  

최근 들어 화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본인 사후 화장을 원하는 사람의 비율이 76.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지난달 24∼30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장묘문화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장 찬성률이 본인일 경우 76.7%, 가족·친지는 60.2%, 타인은 70.7%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는 `무연고 묘의 방치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어서'가 31.1%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묘지관리의 부담을 덜 수 있어서'(27.7%), `묘지확보가 어려워서'(26.6%) 등이었다.

반면 기피 이유는 `성묘를 통한 가족유대를 유지하고 싶어서'(36.1%)가 으뜸을 차지해 성묘가 가족유대의 방법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화장 후 처리방법은 `가족납골묘 형태'(57.5%)를 제일 선호했고  `유골을 일정 지역에 뿌리는 자연장 형태'(24%), `한 건물에 개개인의 납골함을 보관하는 납골당 형태'(12%) 순으로 답했다.

한편 묘지문화의 문제점으로는 `묘지공간 부족', `묘지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명절때마다 반복되는 성묘로 인한 교통혼잡' 등이 꼽혔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의 해결방안으로는 `매장을 화장으로 바꿔야 한다'(39.9%), `국민적 의식개혁운동이 필요하다'(30.1%) 등의 응답이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명당인 도심지에 납골공원 만들자"  

“명당인 종로3가 일대를 납골당으로 하자” “장묘공간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야외결혼식이 치러지도록 탈바꿈해야 한다” “H.O.T같은 신세대그룹의 화장서약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2일 서울시, 서울시시설관리공단, 사단법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와 한겨레신문사 공동 주관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서울시민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은 “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장묘문화의 획기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발표 주요내용이다.

서울시 장묘문화개선정책 추진방향(김재종·서울시보건복지국장)=98년도 서울시의 사망자수는 3만7573명(하루평균 103명)으로 이중 1만3600명이 화장해 그 비율은 36.2%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화장률을 높이고 장묘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화장유언남기기 시민운동'을 지원하고 화장 및 납골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화장능력의 경우 현재 하루 47구에서 2002년까지는 90구 이상으로 늘리며, 납골시설은 현재 2만7000위에서 같은해까지 31만위로 확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말까지 고인의 영정, 약력, 취미들을 수록한 사이버납골당을 인터넷에 띄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세대네티즌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인을 추모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효사상 고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화장·납골시설은 아름답고 장엄한 예술품수준으로 조성돼야 하며, 이들 시설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낮은 이용료는 낮은 서비스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이용료는 적정수준으로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화장 및 납골시설 이용·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관계법률이나 자치법규가 조속히 정비돼야 한다.

풍수지리로 분석한 산소문화의 문제점(박시익·명당건축사사무소 소장=우리의 경우 양반들이나 특권층은 자신의 집안산소를 명당에 자리잡으면서도 대다수 서민들이 사용할 공동묘지는 명당에 잡아줄 생각이 없었다. 돌아가신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선 이 분들을 명당에 모시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명당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명당에 모시지 못할 바엔 화장으로 모시는게 효도하는 방법이다.

화장된 유골은 그 양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납골할 경우 좁은 면적의명당만으로도 가능하며, 명당의 산에 뿌려 후손들의 복을 빌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풍수지리로 볼 때 명당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지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도심지 안의 명당에 조상을 모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곳을 납골공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종로3가와 4가 사이에 있는 계동, 가회동 일대가 명당이다. 만일 이 일대를 납골공원으로 이용한다면 온국민이 삼천리 금수강산의 생기를 이어받아 세계적인 인물이 무수하게 배출될 것이며, 민족정기의 총화를 모아 21세기 통일국가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화장·납골시설의 확충 및 지역사회개발(이필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화장 및 납골시설 설치때 고려해야 할 것은 입지환경, 시설규모와 재원문제다. 이 가운데 특히 입지환경의 경우 지역이기주의와 맞물려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의 해결방안을 제시해보면 첫째, 지역이기주의의 극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합리적인 비용분담과 적정보상체계가 필요하다. 설치지역의 피해비용과 타지역주민의 상대적인 편익을 고려해 설치지역주민에겐 지역개발에 대한 지원을 보장해주고, 타지역주민에겐 높은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화장·납골시설 설치에는 시군구 단위의 지역공동참여를 의무화해 피해비용과 편익의 불공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환경친화적인 현대식 시설로 만들어 혐오성과 위해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설계획 단계에서부터 관련 전문가와 이용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게 필요하다. 세째, 주민의견 수렴과정이 제도화돼야 한다. 이때 주민참여의 여론수렴과정에서 누구를, 어느 부문에, 어떤 방법과 단계에서 참여시킬 것인지는 물론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네째, 정보의 공개와 적극적인 홍보가 필수적이며 다섯째, 필요한 경우 강제적 집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데 법적 강제력은 집행의 최후 수단이며 이를 동원할 경우 반드시 합리적이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한편 기존의 도시생활권 안에 있는 장묘시설 지역에 화장·납골시설 설치를 승인하고 인접한 개발제한구역에 추가로 장묘관련 시설을 허가해 장묘관련 집중지역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령 망우리묘지 등 주변의 개발제한구역이 이런 용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화장의 생활문화적 의미(장철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화장을 위해서는 각 종교집단에서 먼저 죽음의 의미를 일깨울 필요가 있다. 또 종교집단간의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공동논의가 적극적으로 요망된다. 특히 화장할 경우 남겨진 사람들이 급속히 심리적인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져드는 것을 막아줄 장치가 필요하다. 즉 화장한 뒤 일정기간 동안 의미있는 의례절차를 통해 죽은 사람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감정과 정서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장묘문화개혁과 언론(김영철·<한겨레> 민권사회2부 차장)=장묘문화 개선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장묘문화 개선에 언론의 캠페인역할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에는 네거티브 방식과 포지티브 방식이 있다. 매장문화에 완강하게 젖어있는 노년층에게 화장의 긍정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건 캠페인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심리적 저항을 불러올 우려가 없지 않다. 반면 매장관행을 뒷받침하고 있는 두개의 기둥 즉 풍수와 유교사상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국토이용의 합리화와 환경보호같은 시대적 사명에 쉽게 동의하고 있는 젊은층들에겐 포지티브 방식을 통해 화장실천을 유도하는 게 좋을 것이다.

언론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깜짝 캠페인' 방식을 택해선 곤란하다.

이상기 기자amig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