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김씨 참판공파 하갈종중’ 종친회
출산장려금·장학금 주고 NGO에 사무실 무료 제공

출산장려금 지급, 시민·사회단체에 사무실 무료 제공, 지역 고교생들에게 장학금 수여, 묘지 없애기 운동….

지방자치단체나 돈 많은 사회단체에서나 할 만한 사업들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경기 용인시 기흥구 일대에 뿌리를 내린 ‘경주 김씨 참판공파 하갈종중’ 종친회(회장 김학민·59·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는 몇해 전부터 이런 일들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의병장 김원립의 후손인 하갈종중은 기흥구 일대에서 350년이 넘도록 전통을 잇고 살아온 용인 지역 명문가 가운데 하나다.

의병장 김원립 후손들 용인 개발 보상금 공익사업에

옛날부터 명당으로 소문나 유난히 종중 땅이 많았던 용인 지역은 최근 10여년 동안 개발 붐이 일어 상당수 종친회들이 엄청난 보상금을 받았다. 대부분의 종친회에선 이런 보상금을 개별적으로 나눠 가졌는데, 일부 종친회에서는 분배 과정에서 종중원들끼리 송사를 벌이는 불미스런 일도 수없이 빚어졌다.

종중 땅으로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것은 하갈종중도 예외가 아니었다. 7년여 전 종중 땅 5만여평에 대해 55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종친회는 단 한푼도 나누지 않았다. 종친회 대표를 맡은 김 회장과 종중 어른들이 ‘보상금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쓰여야 하며, 우리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 지역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에 종친회는 기흥구 3개 고등학교 학생 12명에게 해마다 5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 또 기흥구 구갈동 5층짜리 종친회관의 1층 300여평을 시민·사회단체들한테 거저 내주기로 했다. 용인참여자치시민연대, 용인환경정의, 용인성폭력상담소 등이 입주를 준비 중이고, 연습실이 없어 고민하던 지역의 한 극단도 혜택을 받게 됐다.

지역사회에 환원 합의…묘지 없애기 운동도 벌여

특히 이 종친회는 5년 전부터 ‘묘지 없애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금수강산이 더는 묘지로 뒤덮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종중 차원에서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납골묘를 만들어 30여기의 봉분묘를 옮겼고, 앞으로 이곳에 많은 나무를 심어 가족 소풍을 올 수 있는 공원으로 꾸밀 계획이다.

종친회는 이와 함께 보상금으로 다시 사들인 종중 땅에서는 절대 묘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녹지사업을 벌이거나 농사만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도 종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종친회에 속한 산모에겐 출산장려금 100만원을 주고 있다. 벌써 2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5년째 종중 일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선조들이 물려준 자산을 우리 세대에, 또는 우리 종중만을 위해 써버리면 안 된다고 종중 어른들은 생각해 왔다”며 “다소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칠 수 있는 종친회가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