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례허식 투성이 조상님도 노(No)해

 

“장묘문화 이대론 안된다” 개선논의 시작

 

50년 후면 땅에 묻히는것 불가능
매장이냐 화장이냐 논란보다
추모에 대한 사고 전환이 열쇠



최근 2∼3년새 우리 사회는 온통 장지로 뒤덮일 위기에 놓인 국토를 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 간소화된 장례문화의 모범을 촉구하기도 하고 화장과 납골당, 추모공원 건립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화장 유언남기기운동은 기독교에서도 화장장려운동본부를 만듦으로써 화장을 거부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있다. 9월에는 장묘문화개선운동본부가 발족했으며, 10월 17일에는 한국장례문화연구회가 ‘서울시민을 위한 장묘 정보 발표회’를 갖고 선진적인 화장문화 실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가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선언’을 통해 ‘매장보다 화장을 선택하고 납골당을 이용하는 검소한’장례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매장 위주의 문화로 인한 산림 파괴 및 자연환경 훼손을 줄이고 자연과 인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할 수 있는 장묘문화 실천을 위해 녹색장묘운동을 벌이고 있다.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묘지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자 산 사람을 위한 주거공간이 줄어든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의하면 97년말 기준 국내 묘지 면적은 전체 택지 면적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3년, 전국적으로 10년 이내에 집단묘지는 한계상황에 이르며 앞으로 50년 후면 땅에 묻히는 것은 포기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즉 매년 20만기의 묘지가 새로 조성됨에 따라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잠식당한다는 것이다. 용미리, 벽제, 망우리, 내곡리 등 서울 시립묘지는 이미 사용 중단되거나 만장이 된 지 오래다.

우리 장묘문화가 원래부터 매장은 아니었다고 한다. 서울보건대 장례지도학과 이필도 교수는 “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주로 화장을 했지만 조선시대부터 유교의 영향을 받아 매장하는 풍습으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풍수도참사상과 유교적 효의 사상이 결합해 명당 발복을 기원하는 매장제도로 이어져 내려와 선산 및 개인 묘를 선호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장묘문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화장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서울시의 제2화장장 건립부지 선정과정에서 서초구 원지동 주민과 7개월 가까이 갈등을 빚어오면서부터이다.
그러나 부모를 화장한다는 것이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은 차츰 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시민의 화장률을 보면 96년 30%에서 작년 1월 현재 55%로 증가했다. 전국적인 추세를 보면 33%에 이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의하면 60.6%가 화장을 유언으로 남기기 서명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며 사망 후 자신의 화장에 대해 66.8%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잔디를 심어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접목시키고 있으며, 전문 납골시공업체들에 의해 납골묘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결국 추모에 대한 사고 전환이 열쇠라고 대부분의 취재원들은 전했다. “가장 조상을 잘 모신다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교통대란을 유발하며 성묘를 하는 것은 조상을 모시는 것이 아닌 방치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도 있었다.

부의금도 찾아볼 수 없고 매장의 경우 1평 이상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마저도 시한부 묘지로 이용하게 하는 외국의 경우 우리만큼 추모의 정도가 낮지는 않을 것이다. 장미동산, 추억의 동산이라 불리는 공원묘지가 도심지에 위치해 언제 어느 때든 찾아가 야생동물이 뛰어 다니는 한 쪽에서 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풍경은 이제 남의 나라만의 얘기로만 들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

화장 및 납골시설의 설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설치 주제나 절차, 입지 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주민 의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 최초로 가족 납골묘 설치를 도 시책으로 정해 납골묘 1개소 당 설치비용의 50%를 지원하는 경상남도는 장묘개선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지역특성을 감안하면 4년만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납골묘와 납골탑을 보급시킨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경상남도는 내년부터 거제시, 창녕군, 남해군, 산청군, 거창군, 합천군 등 6개 시군 거주자 중 화장을 할 때는 화장 장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97년부터 납골묘 설치 사업 시범시로 선정된 밀양시의 경우 문중 어른을 수차례 방문해 설득한 결과 시행 첫 해에는 세 개 면에, 이듬해에는 나머지 면에 시범 설치했으며, 3년이 되던 해에는 신청자가 쇄도해 선별해 허가 설치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규모의 화장장이 가져오는 교통대란이나 자연환경 훼손을 들 수 있다.
전 주민이 님비현상의 이기주의자로 몰리는 것을 각오하고 제2화장장 건립을 결사 반대했던 청계산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화장장 및 추모공원 건립은 필요하나 대형으로 건립될 때의 문제점으로 “피할 수 없는 교통대란과 잘 조성되어 있는 자연공원이 인위적인 힘에 의해 인조공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청계산은 서초구에서 약 70억원을 들여 등산객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다듬어진 서울시민들의 쉼터”인데 “이 곳에 화장장과 추모공원을 건립한다면 5만여 평의 자연공원이 훼손되고 3년 후면 결국 만장되기 때문에 약 10만여 평의 자연파괴가 예상된다”며 “입지조건을 충분히 검토한 후 4∼5개 권역별로 소규모 분산시켜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

사단법인 한국장례문화연구회 남대훈 실장도 “갑작스런 변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며 “대규모 묘역화보다는 동네마다 작은 규모의 공원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에게 친밀감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면 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2001.10.27 여성신문

‘산사람 위주 장례식’ 우리밖에 없어

 

‘사이버 분향소’ 과연 정착될까

 

“납골묘가 장례문화 대안 아니다”

 

화장후 수목장등 새로운 형태 개발 필요
절차 간소화된 사이버 분향등 정착돼야



매장문화의 대안으로 화장문화까지는 제시되었지만 사실 화장 이후 묘지의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흡하다.

사이버묘원사이트인 하늘나라의 강동구 사장은 “매장이냐 화장이냐가 논란의 핵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화장문화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은 2년 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장례에 들이는 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즉 경제적 인프라 때문에 결국 화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검소한 장례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사이버 묘원·납골당 등 인터넷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사이트도 점차 늘고 있다.

강 사장은 납골묘가 마치 장례문화의 마지막 대안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화장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화장 후 아직까지는 대부분 납골당보다는 납골묘를 선호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례문화연구회 남대훈 실장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납골묘를 선호하고 있으며 납골당은 10∼20년 정도 후에야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납골당이나 납골묘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가용면적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화장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납골묘나 납골당의 규격을 축소하는 문제 등 새로운 형태에 대한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문화는 매장묘지의 포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장례 절차비용을 줄이는 대안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 수준으로 나간다면 묘지의 형태만 바뀔 뿐 장례문화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이필도 교수는 화장 후에 성묘가 가능한 형태의 가족납골묘가 훨씬 더 호화롭게 조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온통 석물로 치장하기 때문에 머지 않아 온 산이 돌산이 될 것이며, 석물도 대부분 수입품이고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최저 2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 가량 소요되는 등 납골묘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98년도 연구자료에 의하면 장묘관련 비용으로 국민들이 지불하는 액수는 연간 1조6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수의나 관등 장의용품이 매장일 경우 200만원, 조문객 접대비용 164만원, 장의차 이용료가 200km기준 40만원, 병원 장례식장 사용료 평균 60만원, 묘지 이용료 평균 160만원(이는 공설묘지 2평 기준, 사설공원묘지는 3평에 450만원, 개인묘지는 12평 기준 1기당 270만원) 등이 포함된 액수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ㄱ(33)씨의 경우 3일장을 기준으로 한 장례비용으로 약 1500만원 정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장례식장이 불공정약관으로 소비자에게 횡포를 부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하겠다고 밝힌 일도 있었다.

◀ 1년에 한 두번 그것도 교통대란을 일으키며 찾아가는 우리의 조상모시기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소비자단체들이 건전한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고가의 장의용품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지 오래고 조화금지나 각종 경조사비 부담에 대한 얘기도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부모님 장례식인데 돈을 아끼는 것이 왠지 불효인 것” 같은 마음을 버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논의가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납골당조차도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고 일본이나 중국처럼 나무 밑에 재를 묻는 수목장에 대한 얘기도 간간이 제기되고 있다.
공동산골을 실천하는 곳도 있다. 소망교회의 경우 서울 외곽에 공동신도비를 세우고 신자들의 화장한 재를 한곳에 모은다고 한다.

최근 사이버 납골당이나 사이버 분향소 등 인터넷을 이용한 장례문화의 간소화를 추진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들의 인지도에 비해 사용률은 그리 높지 않은 형편이다. 10월 10일 장례대행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식 오픈한 ㅍ사. 전직 대학교수, 간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창업한 이 곳에서는 장례용품을 공동구매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예산에 맞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장묘문화개선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이용객들이 주로 문의하는 것은 사이버 추모관이다. 연령대는 40∼50대가 많고 60대도 자신의 추모관을 직접 신청한 예도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추모관을 신청해온 손자도 있다고 사이트 운영자는 전한다.

98년에 인터넷 묘원을 오픈한 ㅎ사는 지금까지 100여명의 사이버 추모관을 제작했지만 실제로 돈을 받고 제작한 것은 반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이 회사가 수익을 내는 부분은 납골묘 조성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상의 묘를 한데 모으거나 가족납골묘를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대표는 “사이버 분향소를 실천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못 봤다. 젊은 사람들도 아직 이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고 또 의사결정권도 없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히 전망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산 사람 위주의 장례식이 이렇게 성행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사이버 분향소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장례식이 될텐데 행동이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2001.10.27 여성신문

무덤까지 여성은 ‘시다바리’

한 대학병원 영안실 상주들은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저마다 조문객들을 맞이하기에 바쁘다. 똑같이 상복을 입었지만 남자형제들은 분향이 끝난 문상객의 인사를 받는다. 반면 여자형제들은 음식쟁반을 들고 뛰기에 바쁘다.


문상객 맞기에 분주한 상주
음식 장만하기 바쁜 여성들
통과의례 때마다 부과되는
여성의 의무, 권리는 늘 뒷전



옛날처럼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음식을 직접 만드는 수고는 줄었다고 하지만 어느 장례식장을 가봐도 조용히 앉아 문상객의 조문을 받는 여성은 거의 없다.

사흘 내내 200∼300명의 문상객을 대접해야 하고 밤새 고스톱을 치며 왁자하게 분위기를 띄우는 남성들의 간식거리를 제공해야만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상주로서 여성의 자리는 없다. 여성들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도 있고 추모할 여유도 갖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장례문화는 불행히도 여성에게는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외국처럼 교회에서 장례예배를 갖고 묘지에 둘러서서 추모하다가 관이 안치되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이러한 우리의 장례 관습으로 인해 한해 장묘관련 비용만 1조원이 넘고 고가의 장의용품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 하고, 국토는 이제 죽은 자의 자리가 산 사람의 주거면적보다 더 넓게 되어 버렸다.

통과의례 때마다 반복해서 여성에게 부과되는 의무와 소외되는 여성의 권리는 이제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례문화 자체를 바꿔 나가지 않으면 과다한 자원 낭비와 국토 잠식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2001.10.27 여성신문

교수님들이 인터넷 장례회사 차린 까닭은? 

 

△ 서울보건대학 교수들이 자신들이 손수 만든 인터넷 장례 서비스 기업 `퓨네럴엔닷컴'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yws@hani.co.kr

`죽음, 그리고 장례식을 음지에서 양지로.'

대학교수들이 두팔을 걷고 벤처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외면하고 싶어하는 죽음과 그 중간 절차인 장례식을 가지고 인터넷 사업을 선언했다.

서울 강남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경기도 성남시의 서울보건대학. 2년제로 의료인들을 양성하는 이 학교에는 `장례지도과'라는 독특한 학과가 있다.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가족들에게 주검의 염과 부음부터 매장이나 화장까지 모든 과정을 상담해 주는 전문 장의인력을 키우는 학과다. 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문제점이 보였고, 이를 어떻게 고칠까 하는 고민에 부딪히게 됐다고 대표를 맡고 있는 윤명길(43)교수(유통과학과)는 말한다.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문제점은 국토를 죄다 묘지로 바꾸는 매장문화, 불투명한 유통과정과 업자들의 횡포로 거품만 가득한 장례용품 그리고 죽은 이를 보내는 마지막 과정인 염이 아무렇게나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퓨너럴엔닷컴(funeraln.com)이다. 지난해 4월 창업의 험한 배를 함께 탄 이들은 장례지도과의 이필도·황규성 교수, 전산정보처리과의 정동근 교수 등 6명이었다. 100여명 남짓한 교수진 가운데 45명도 쌈짓돈을 모아 주주로 참여했다.

“이런 모든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음을 직시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당사자나 주변의 가족들이나 예정된 순간을 미리 준비해 나간다면 망자는 고결한, 가족들은 후회없는 이별을 할 수 있습니다.”(윤 사장)

퓨너럴엔닷컴에서는 장례식장 물색부터 장례예산에 맞는 장례용품 선정 뿐만 아니라 주검처리와 사망신고 등 행정적인 절차까지 모두 대행해 준다. 이를 위해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을지장례식장'에 시범적으로 인터넷이 연결된 피시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 서울 시내의 종합병원까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망자를 보내고 난 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그를 추모할 수 있도록 고인의 사진과 동영상이 있는 `사이버 납골당'도 만들어 준다. 죽음을 준비하는 이를 위해서는 유언을 남길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전 국토의 1%가 묘지로 덮혀 있고, 해마다 여의도만한 크기의 땅이 묘지로 바뀌는 일은 우리 세대에서 끝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흙에 묻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 묻는 걸로 바꾸자는 겁니다.”

윤 사장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은 커뮤니티'다. 이 커뮤니티가 제대로 이뤄져야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 사랑하는 이를 `묻는' 일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초구 주민들이 추모공원 설립을 반대하는 것도 죽음과 장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너무 부정적이고 죽음을 외면하려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직시하고 준비해야 제대로 된 효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2001.09.16(일) 22:52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나 죽은 뒤 나무 한 그루 심어다오 

중국에서 `수장'(樹葬)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유해를 묻으면서 나무를 함께 심는 수장은 환경보호와 경제적인 이유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8일 “최근 10년 동안 선양과 광저우 등 주요도시에서 수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 피해가 심한 동북부는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친화적인 수장을 선호하고 있다. 랴오닝성의 선양에서는 최근 수장이 전체 장례 중 50% 이상을 차지하며, 90년 초 이후 5만건의 수장이 이뤄졌다. 지난해 7만건의 화장을 치른 베이징에서도 매년 1만건의 화장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시 정부가 수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장쑤·산시·저장성과 광시자치구 등에서도 수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베이성 당량의 경우 수장비용은 선택한 나무 가격과 인건비, 공용비석에 이름을 새기는 비용을 포함해 315위안(5만원) 정도이며, `공동안식림'에 묻힐 경우 수장증서가 발급된다. 베이징의 영어교사로 퇴임한 류빈(65)은 “아들에게 무덤 대신 나무나 한 그루 심어달라고 했다”면서 “죽은 뒤 짐이 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2001.05.30

베이징/하성봉 특파원sbha@hani.co.kr

병원영안실 만족도 '빵점' 

지난해 10월 경기 안산시 ㅈ병원 장례식장에서 모친의 장례를 치른 안아무개(36)씨는 지금도 당시 생각을 하면 부아가 치민다고 했다. 영안실쪽이 고인이 생전에 준비해둔 수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가족들이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해 조문객 대접를 하려 했으나 이 역시 불가능했다. 더욱이 장례식장 관계자들이 190만원이나 하는 최고급 관을 사용하도록 은근히 강요하는 것이었다. 경황없는 터여서 안씨는 울며겨자먹기로 식장쪽 요구에 따랐으나 하도 억울해 장례를 마친 뒤 영안실 행태를 정부당국에 신고했다.

지난 99년말 주부클럽연합회가 병원장례식장의 서비스와 관련한 시민의식조사를 한 결과는 안씨 같은 경우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 가운데 51.2%가 `문제있다'고 답했으며 `매우 문제있다'는 지적도 41.5%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건하고 엄숙하게 예식이 치러져야 할 병원장례식장에서 안씨처럼 불쾌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92.7%나 된다. 소비자만족도는 거의 0점에 가까운 셈이다.

99년말 현재 전국의 장례식장은 440개. 이중 전문장례식장 28개를 제외한 대부분이 병원장례식장이다. 90년 이후 병원장례식장 이용률은 지난 85년 19.6%에서 95년에 60.6%로 껑충 뛰었다.

병원장례식장의 이런 낮은 만족도는 병원과 관련없는 외부업자가 병원에 거액의 보증금을 납부하고 운영하는 구조 탓이다. 장례업자들은 보증금을 고객들로부터 '뽑기' 위해 물품 강매에 나선다. 실제 경기도 새도시의 ㅊ병원 영안실의 경우 장례업자 8명이 30억원을 병원쪽에 내고 공동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강남 ㅅ병원의 경우 병원 사망자는 월 50~60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병원장례식장의 전체 장례식은 150~200건에 이른다. 병원 외부에서 사망한 주검까지 유치하는 `돈벌이' 탓에 건전한 장례문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장례식장 관계자는 “대다수 병원이 장례식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병원중심의 장례식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장례지도사 등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전문장례식장이 병원영안실보다 나은 시설과 저렴한 가격에 불구하고 이용률이 낮은 실정”이라며 “이는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님비현상 탓에 대부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시각 2001년01월05일22시04분 KST 한겨레/사회

이상기 기자amigo@hani.co.kr

유명 도예가 '조촐한 장례' 유언 화제 

평생 도자기를 구우며 흙과 함께 살다간 도공이 죽음을 앞두고 “장례를 치른 뒤에 죽음을 알려라”는 이색적인 유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언의 주인공은 지난해 12월15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경남 합천군 강파도예 대표 김종희(79·합천군 가야면 구원리)씨.

김씨는 숨지기 전 유족들에게 편지지 3장에 10여가지의 유언을 남겼다. 유족들이 꼭 지키도록 당부하는 뜻에서 '지시'라고 못박은 이 유언장에는 △부고(訃告)하지 말고 운명한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르라 △장례 치른 뒤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에게만 죽음을 알려라 △절을 하거나 부의금을 받지 말고 따로 음식을 마련하지 말라는 등이 적혀 있다.

이는 김씨가 가족을 비롯해 친척과 이웃들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관은 마련하되 상여는 하지 말라 △석물은 세우지 말고 `고 김종희의 묘'라고만 새겨 바닥에 눕혀라 △묘소에 화려한 꽃 대신 들꽃 한 묶음만을 꺾어 얹어라 는 등 소박하고 조촐한 장례를 당부했다.

특히 “묘는 쓰되 봉분이 동물들이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레 만들라”며 그림까지 그려놔 임종 순간까지 친환경적인 예술혼을 후세에 남겼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마을 주민들은 “유명한 도예가여서 문상객들이 줄을 이을 줄 알았는데 가족들이 김씨의 유언을 받들어 조촐하게 장례를 치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며 입을 모았다.

1921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씨는 12살 때 일본 다치현 세토지방에서 도자기 일을 배우기 시작해 해방 이듬해인 46년 귀국해 합천 해인사앞에 강파도예를 세웠다.

지난 72년부터 계명대 영남대 효성여대 등에서 후학을 가르쳤고, 대구·경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전통 도자기 재현과 후진 양성에 평생을 바쳤다.

한편 유족들은 오는 4월께 김씨의 유작을 모아 합천 강파도예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편집시각 2001년01월05일22시33분 KST 한겨레/사회

합천/김현태 기자manb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