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



    일본의 전형적인 화장장 건물모습(사쿠라원)

    장묘문화개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장묘문화는 관습이나 종교 등 사회·문화적인 여러 속성들이 복합되어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으므로 일시에 변화시킬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전통과 잘 조화되게 합리적으로 개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나라의 매장 위주 장묘관행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의 급속한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지켜져 왔다. 명당을 찾아 묘역을 잘 꾸며 돌아가신 부모를 모시고 산소를 정성껏 돌보는 것을 부모에 대한 마지막 효도라고 여기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의 국토에는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묘지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좁은 국토에다 산 사람의 주거공간도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매장위주 장묘문화의 개혁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의 화장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고 화장문화 확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가고 있다. 그러나 `99년 전국화장률이 30.7%에 불과해 아직도 사망자 10명 중 7명이 매장됨으로써 지금도 묘지는 계속 생겨나고 있으며 환경과 자연훼손이 계속되고 있다. 묘지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 화장문화 확산이 유일한 대안이라 말 할 수는 없으나 가장 효과적인 대안임은 틀림없다. 서양의 선진국들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100여년 전부터 채택한 화장(火葬)은 매장에 비해 청결하고 위생적인 장법(葬法)이며, 화장문화 확산 또한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외국의 장묘시설, 이런 것이 부럽다

        외국의 선진장묘시설을 시찰할 때마다 우리 나라와 비교해 보면 부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이번에 본 연수단이 방문한 일본과 미국의 장묘문화에서 우리는 많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은 정부의 강력한 화장중심 장묘정책의 추진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화장문화가 정착되어 있으며 화장률은 100%에 가깝다. 화장 후 공원화된 집단묘지시설을 이용, 작은 규모의 납골묘 형태로 납골함을 지하에 묻거나 실내 납골당에 납골함을 안치하고 있고, 그러한 시설들은 모두 도심의 주택가와 함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가장 본 받을 만한 점은 일본의 화장장이다. 일본의 화장장은 미국과 달리 단독시설로서 묘지나 납골시설과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화장장은 단순히 화장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산 者와 죽은 者가 함께 하는 엄숙하고 경건한 장소가 되고 있다. 현대적인 건축미도 뛰어나고 조경도 훌륭하다. 그 뿐만 아니라 최첨단 무공해 화장설비로 철저히 환경을 지키고 있다. 특히 화장장은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화장장 수준은 세계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가 가장 부러운 점은 우리 나라와 달리 화장장이 시내 한복판에 주택가와 함께 있는 점이다. 그것은 지역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간의 원만한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데, 화장장이 고급화, 현대화 되어 있고 환경친화적이며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이 성숙되어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장묘시설은 국립묘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영시설이며 상업적이다. 정부는 묘지형태, 화장장 시설 기준, 방부처리 등에 대한 규제사항만 관장한다. 미국의 장묘시설도 주거지역과
    인접하여 평지에 주로 있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의 예술·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묘지에는 장의소(Mortuary), 묘지, 교회(장례식장), 화장장, 납골시설, 화원, 장의용품 전시실 등이 함께 있어 한번에 모든 장례의식을 치를 수 있다. 미국은 매장위주의 장묘관행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정부에서 화장을 권장하고 있으며 화장률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매장을 하더라도 지하 묘지의 크기는 1평 남짓하고 이마저 2∼3명을 함께 매장하는 경우가 많아

    인공호수에서 야생조류가 노는 평온한 공원묘지 모습
    묘지공간의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묘지는 평장을 하고 있으며 1950년대 이후 입석 묘비는 세울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어 공원묘지들은 묘지라는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장묘시설은 다양성이 강조된다. 매장시설은 지하매장묘를 비롯해 옥내 및 옥외 지상묘소(Mausoleum)가 있고 납골시설도 지하 납골묘, 옥내 납골시설(Mausoleum, Columbarium), 옥외벽식 납골시설이 있는데 옥내납골시설의 경우에도 폐쇄형, 개방형이 있다. 이런 시설들은 건축물로서도 우수한 점이 많은데 대체로 고급스럽다. 미국의 장묘시설은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은 폭넓고 다양한 선택기회를 갖는다.


    우리 나라의 장묘문화개선 방향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일본과 미국의 장묘문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의 장묘문화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장묘시설위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화장, 납골시설의 현대화·고급화

        서울, 부산, 광주 등 극소수의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우리 나라 대부분의 공설화장장, 납골시설은 혐오스럽고 낙후되어 있어 화장문화 확산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들을 화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화장장과 같이 현대화 된 아름다운 건축물로 화장장을 지어야 하고 조경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며 첨단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납골시설의 경우에도 일본의 다마영원 내 미따마당이나 미국의 Mausoleum처럼 고급화될 필요가 있고 굳이 비싼 건물을 짓지 않더라도 옥외벽식 납골시설을 우리 나라에도 많이 설치하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 나라는 종교시설 내(교회, 성당, 사찰 등) 유휴공간을 이용하여 소규모 납골시설을 많이 설치하도록 권장되어야 한다.


    안과 밖을 구분하여 안쪽에만 납골시설한 모습


    건물 외벽을 이용한 납골시설


    묘지의 집단화, 공원화

        우리 나라는 개인묘지가 제일 큰 문제인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운영중인 공설묘지 및 전국의 수많은 공동묘지를 재개발하여 공원화함으로써 개인묘지의 조성을 억제하고 묘지의 집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설묘지는 매장이든 화장한 유골의 납골이든 간에 평장으로 하고 법에서 허용하는 묘지의 크기보다 더 작게 사용하도록 하며 잔디와 수목 등으로 조경에 힘써 지역주민들이 일반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묘시설에 대한 혐오의식도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LG상록재단이 구상하고 있는 생태공원속의 화장장과 평장 납골묘가 빠른 기간내 건립되기만 한다면 우리 나라의 장묘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자체나 민간기업의 장묘시설 개선 및 건립을 위해서는 가장 큰 건림돌인 우리 국민의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일과, 장묘시설에 대한 혐오의식을 불식시켜 나가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시민단체의 시민의식개선운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끝으로 우리 나라의 장묘문화를 개혁해 나가기 위해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무쪼록 빠른 시일내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장묘시설을 선택할 수 있고, 모든 죽음에 대해 평등과 존엄이 지켜지는 바람직한 장묘문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