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처장)



    가미스 성원의 전경

    인근 도시의 화장장을 대여해 사용해오던 가미스읍

        우리가 일본 東京을 출장할때 흔히 이용하는 나리따(成田) 국제공항은 행정구역이 東京都內가 아닌 바로 옆의 지바현(千葉縣)이다. 일본과 미국의 장묘문화 견학을 위해 우리 일행이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그 지바현과 동경 반대편으로 접한 이바라기현(茨城縣)의 가시마군(鹿島郡)에 위치한 가미스 세이엔(神栖聖苑, 이후 가미스성원이라 칭함)이었다. 나리따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가미스읍(神栖町)은 인구 약 5만명의 소도시이다.
        가미스성원이라 불리는 가미스읍의 화장장은 지금부터 4년전인 1996년, 임해공업단지가 입주해있는 바닷가 제방 바로 옆에 건설되었다. 화장장이 위치한 가미스읍의 오오아자미나미하마(大字南浜)지역은 1960년대부터 동네가 형성되기 시작한 곳으로, 이 부근지역이 공업단지로 지정받아 개발되기 시작한 후 가미스읍 전체 인구가 부쩍 늘어났다. 따라서 이제까지 인근의 후쿠이(福井)시 화장장을 대여해 사용해오던 가미스읍은 자체 화장장 시설이 필요하게 되었다. NIMBY현상을 보이는 기피시설들은 대개 어느나라나 지역 자체처리 원칙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미스읍은 1992년도부터 화장장 시설의 설치를 검토한 결과, 1995년 착공하였고 그이듬해 8월, 로캔주식회사(ROKEN Co., Ltd.)가 설계·시공한 가미스성원을 준공하였다.

    대차와 로전실

중앙제어실



화장로 기계

    주연소로, 재연소로, 전기집진기 3차처리로 무연, 무취

        이곳의 화장로(火葬爐)는 대차식(台車式)이다. 현재 화장로는 로내에 대차를 전부 밀어넣고 연소하느냐, 아니면 대차의 수골(收骨)상판 부분만을 넣고 하느냐에 따라 로스톨식과 대차식으로 구분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분은 로 제작업체의 연소방식 구분일 뿐, 일반인에게 큰 의미는 없다. 가미스성원의 화장로는 공기주입 방식을 제트 공기분사식으로 하고 있으며, 소각로 내벽은 세라믹으로 설치되어 있다. 또한 연소후에는 빠른 냉각을 위해 로전실(爐前室)에서 대차를 강제 급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역주민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중 하나는 연소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과 악취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위해 이곳 화장장은 1단계 주연소로(主燃燒爐)외에 다음단계로 재(再)연소로를 두어 재차 완전연소를 유도하고 있으며, 완전무취·무연(無煙)을 위해 마지막으


    로전홀의 천장
    로 전기집진기를 이용한 3차처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단계의 운전조건과 배기가스의 성분별 배출 농도는 중앙 제어실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자동 입력·관리되고 있으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배출가스의 이상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지붕위의 연돌에는 항상 감시카메라가 작동되고 있다. 현재 가미스성원에는 예비로(豫備爐) 1개를 포함하여 화장로 3기(基)가 설치되어 있으며, 장래 증설에 대비하여 2개분의 화장로 설치 예비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또한 신체의 일부나 태아, 탯줄 등을 소각처리할 수 있는 오물로(汚物爐) 1기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그동안 이곳 화장로는 1기의 화장로가 1년에 평균 약 100여구씩의 사체를 화장해 왔다고 한다. 1년 330여일, 1일 6회(9, 10, 11, 13, 14, 15時 등 매 시각) 화장이 가능하다고 전제할 때, 아직은 매우 여유있는 가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장장은 영리시설이 아니다

        화장장은 기본적으로 영리시설이 아니다. 일본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지역주민의 경우, 화장로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지역주민에 대한 '최후의 봉사' 라는 개념에서란다.
        일부 화장장 이용료를 받는 곳도 지역주민과 아닌 사람과는 큰 차별을 둔다.
    이곳 가미스성원의 화장장 사용료도 사망자가 읍 주민인 경우에는 3천엔을 받고, 그외 지역 사람인 경우에는 3만엔을 받음으로서 1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화장장 운영비용은 이용자가 내는 사용료만으론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일본의 화장장은 정부보조금과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기타 기금이나 일반 부조도 받고 있다고 한다.
        이곳 가미스성원은 부지조성비를 포함하여 약 250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는데, 후생연금과 국민연금적립금환원융자를 지원받아 건설비에 충당하였다고 한다. 현재 총 11인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 화장장은 위탁관리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그 중 관리책임자 1인은 지자체에서 파견한 공무원이라고 한다. 2∼3년 정도를 이곳에서 근무하되, 3년이상은 더 할 수 없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아마도 근무자의 건강과 기피직종에 대한 순환보직의 배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로전홀


    화장장 내부 로비


고별실


    장례식장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

        우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설립 당시 주민들의 반대여부와 그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이곳 또한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이곳 주민들은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여 몇가지 요구조건을 전제로 화장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그들의 요구사항중에는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과 도서관의 건립 및 매점사용권, 직원 우선채용 등이 들어 있었으며, 이러한 요구사항들은 대부분 수용되었다. 보통 화장장 주변이 소란스럽고 난잡해지는 이유가 시신운송용 영구차의 수시 동네 출입과 화장장 주위에서의 무분별한 접대용 음식 제공 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곳 주민들이 애초부터 요구한 관형영구차의 화장장 출입 금지와 개별 음식물 제공 금지 등은 매우 현실적인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매점에서 판매하는 음식만을 조문객에게 대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동네 가운데라도 화장장 시설을 기꺼이 수용

        일본의 화장율은 99%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일본 전역에는 7천 8백여개의 화장장시설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화장장이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해 있고, 화장에 의한 장례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보니, 동네와 인접한 곳의 화장장도 상당수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선진지 견학 조사에서 필자가 인상깊게 느낀 점은, - 일본인들이 동네 가운데라도 화장장 시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로- 유족과 조문객이 숙연하면서도 조용한 가운데 질서있게 장례를 치룬다는 것과, 화장장 건물과 시설물들이 매우 청결하면서도 경건성을 유발토록 하는데 세심히 배려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골하는 모습

    주민을 고려한 건축, 유족을 배려한 설계

        우리 일행이 이번 견학때 방문한 일본의 화장장 2곳은 모두, 유족과 조문객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동선(動線)과,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하고 영면을 기원하는 의미의 건축설계가 시설물 요소 요소에 최대한 반영되어 있었다. 우선, 건축의 외양은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주변건물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게 지어졌으나, 대신 근접해 살펴보면 벽이나 마당 안에 유족의 애절함을 어루만져주고, 절로 숙연함이 우러나오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진 건축설계와 조형물들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골실

    간결하고 정결한 시설, 은은한 색조의 조명

        이곳 가미스성원은 전체 화장장의 형상이 중첩된 반원형(半圓形) 2층 건축물로서, 건물 바깥쪽으로는 정문입구에서 마당을 거쳐 들어오는 동안 건축물과 같은 꼴로 구성된 반원의 조형물 문(門)을 여러단계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건물내부로 들어오면 은은하고 차분한 느낌의 로비와 마지막 분향을 할 수 있는 고별실, 종교의식을 행할 수 있는 식장, 양식<洋室>과 일본식<和室> 2가지 유형으로 갖춰진 유족대기실, 그리고 마지막 시신의 유골을 수습하는 수골실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어느 곳 하나 간결하지만 정결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또한 무채색이나 갈색조의 대리석 내부 마감재들과 은은한 색조의 간접조명, 그리고 특이한 것은 어느 방이나 하늘로 열려진 듯한 천장의 자연채광 통로가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입구 홀의 천장은 여러단계로 높고 둥글게 만들어, 하늘로 이어진 듯 보이게 한 품격 높은 샹드리에 같은 자연 채광통로로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유족대기실에서 통유리를 통해 내다보이는 바깥쪽의 바다풍경, 그리고 모자이크 기법의 내벽 색상 부조물 등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많은 부분들이 유족에게 따스한 위안이 되도록 건물 곳곳에 반영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화장장 근무자들의 엄숙하면서도 정성을 느끼게 하는 근무태도는, 막연히 화장장에 대해 거부감과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있는 우리네 사람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특급 호텔보다도 깨끗하고 서비스의 질이 높은 화장장과 납골당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서 일생을 살다가 결국 죽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세상에 온 사람이 죽어 마지막으로 육신까지 한줌 재로 날려 보내는 화장장. 그렇기 때문에 장례는 가장 고결한 의식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곳이 더없이 정결하고 최선의 정성을 다하는 곳이었다면 이는 분명 복지사회의 또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다. 일본의 조그만 도시 가미스읍에서 만난 가미스성원. 매장문화가 더 이상 우리의 대안일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언제나 이런 수준의 화장장을 가져보나 하는 부러움이 일었다. 뛰어난 건축시설로도 그러하고, 항상 내 가족의 일같이 정숙하고 경건한 자세로 임하는 근무자의 태도에서도 그러함을 느꼈다. 특급 호텔보다도 깨끗하고 서비스 질 높은 화장장과 납골당, 우리라고 못 가질 이유는 없다. 더욱이 조상 공경의 정성이 결코 덜하지 않은 우리 아니던가! 단지 우리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라는 의미있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