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



    동네 한복판에 있는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느끼지 않는 일본인들

        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는 것은 매우 경건한 절차이며 예의이다. 따라서 각 나라마다 전통과 관습의 형태로 그 나름대로의 예절과 경건함을 곁들인 장례절차가 있다. 지난 6월 19일부터 6월 28일까지 LG상록재단의 주선으로 시민단체 대표 15명이 일본을 거쳐 LA, 하와이 등을 돌면서 그곳 나름대로의 장례절차와 장묘시설에 관한 현장견학을 하고 돌아왔다. 일본의 다마영원의 거대한 납골당 시설을 보고 일본사람들의 장례문화에 대한 개혁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은 이미 화장문화가 완전히 정착된 상태였으며 화장장에서 발생하는 공해문제까지도 해결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화장장이 마을 한복판에 있었으며 화장의 절차나 과정이 너무나 깨끗하고 경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조상을 멀리 떨어진 산에 모셔 거친 자연환경과 천재지변 속에 두고 고통받게 하는 데 반해 일본은 가까운 납골시설에 모셔 가족들이 언제든지 쉽게 찾아 갈 수 있게 하여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화장시설이 동네 한복판에 있어도 그것을 혐오시설이라 느끼지 않는 일본인들이 부럽기도 했다.

    일본 다마영원 미따마당 앞에서 (오종희, 김천주, 염태영)

    깊게 파서 층층이 고인을 묻음으로써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Rose hill memorial park & mortuary와 Forest lawn memorial park는 민간기업이 경영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묘지로써 다양한 장례서비스와 함께 납골당과 묘지를 분양하고 있었다. 미국같이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도 이미 20%이상이 화장을 하고 있었다. 작은 규모의 납골당이나 묘지의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모습들은 좁디좁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넓은 부지에 호화로운 석물로 묘지를 꾸미고 있는 우리의 묘지들을 되돌아 보게 했다. 게다가 미국은 매장을 하더라도 깊게 파서 층층이 고인을 묻음으로써 묘지의 확대를 최대한 막아내고 있었다. 묘지를 평평하게 하고 잔디를 깔아 공원과 같이 꾸며놓은 것은 물론 Rose hill memorial park & mortuary 같은 경우 수천평에 장미가든을 조성해 놓아 그곳을 찾는 이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분위기였다. 또한 미국의 장례식은 서비스 과정이 평화롭고 경건한 가운데 잔치를 치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끔 했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무덤위엔 꽃다발이

        하와이 펀치볼국립묘지에 간 날은 마침 6월 25일 이었다. 그 국립묘지 안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마다 꽃이 만발해 있었으며 기념 상징물 뒷편에서 은은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어 전사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듯 했다. 6·25 50주년이라 그곳에 매장된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무덤 위엔 꽃다발이 놓여져 있었고 기념 상징물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실종자 명단이 벽에 새겨져 있었다. 한국 전쟁에 참가하여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명단을 보며 부끄러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꼈으며 한국 대사관에서 화환이라도 보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둘러보다 보니 공원 외곽쪽에 담장 형태의 옥외 벽식 납골시설이 있었는데 군인의 부인도 남편과 같이 안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일평생을 함께 살다가 죽은 부부가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함께 하는 장묘문화개혁운동

        이번 일본, 미국 연수에서 특히 느낀 것은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장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그 집안의 관습과 문화 전통에 따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옥외 납골시설, 옥내 납골시설, 납골묘지는 물론 아파트식 시신 안치시설, 유분 일부 보관시설 그리고 다층 매장시설 등 본인과 유족이 원하는 형태로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묘지면적은 국토의 약 1%이고 전국의 분묘는 이미 2,000만기를 넘어서 우리가 쓸수 있는 땅이 묘지로 뒤덮혀 가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묘지문제가 심각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묘지가 주택면적의 절반, 전국 공장면적의 3배에 달하고 있으나 집단묘지의 공급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땅이 죽은자를 위한 묘지로 잠식되는 것을 막기위한 대안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는 의미에서 LG상록재단이 주선한 이번 견학은 큰 의의가 있었다. 우리 모두 장묘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이번 기행을 통하여 의기투합하여 만든 “evergreen 15인”들이 장묘문화 개혁에 앞장서자. 화장장이나 납골당을 만드는 일이 지역적 이해관계 때문에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은 국가의 정책으로만 모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민간단체에서 시민들의 의식개혁을 도모해야만 한다.
    기성세대가 나서서 우리 후손들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위해 생개협, 장개협 등의 단체들이 단결하고 LG, SK 등의 기업들이 투자를 하며 정부가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 등 즉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장묘문화 개혁운동에 동참한다면 해결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하와이 알라모아 해변에서